사람들이 당황이라고 말하는 감정을 느끼는 데 30초, 기억을 되돌려서 신발이 사라졌을 수 있는 수많은 장소와 경우의 수를 되짚어 보는 데 30초, 이미 사라진 신발을 절대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하는 데 30초, 채 2분이 안 되는 찰나에한쪽 운동화에 대한 아쉬운 감정과 사후관리에 대한 방안을 정리했다. - P98
여행 마지막 밤 온전히 내 소유였던 옅은 흐뭇함이 그 안에 고스란히 함께 담겨 있었다. 내 긍정적인 성격을 한껏 즐기라는 듯 마침 오른쪽 발에 신을 수 있는 한쪽이었다. 잃어버린 퍼즐의 마지막 한 조각을 우연히 찾은 듯 희열에 가득 찼던 난 얼른 그 운동화를 신고 다시 길을 나섰다. - P101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쓰는 사람이 한계를 짓지 않는다면 한계가 없다는 겁니다. 화자가 내가 될 수도 있고, 타인이 될 수도 있고, 사건이 평탄하게 진행되지만, 마음은 용광로같이 뜨거울 수도 있고, 반대로 엄청난 사건에 휘말리면서도 겉으로는 냉철해 보이는 인물을 등장시킬 수도 있죠. - P136
소설을 쓰는 건 자기가 주인공인 또 다른 세상을 하나 만든다는 거예요. 거기에서는 아무리 많은 일이 일어나도 상관없습니다. 안전하니까요. 가상의 세계를 창조하면서 느꼈던 만족감만 실생활로 끌고 와서 또 다른 사람으로 거듭나는 겁니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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