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란 무엇인가 내게 시는 다 끝났다고 여겨지는 곳에서 딱 한 마디만이라도 더 써보는 일이다 - P71
그 표정은 마치 "네가 왜 여기 와 있느냐. 죽은 줄 알았는데 어떻게 살아돌아왔느냐.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체념하고, 잊고 묻었는데, 그리워하다가 내가 결국, 그렇게 저버렸는데, 어찌 이 집의 철문을 열고 다시 살아나올 수 있는가. (배은망덕한 새끼.)‘ 이런 걸 고양고양 물어보는 질문처럼 보인다. 주황색 질문이 밀려들어오고, 나는 졸지에 죽었다 사람이 되어서. - P72
그렇다. 나는 결국 그런. 왜, 도대체, 무언가 사람이 된다. 대체 왜 여기 있는지 모를 도대체 왜 사람. 그렇지. 죽었다 생각한 이가 대문을 열고 들어온다면. 나도 필시 그자를 노려보고 말겠지. 내 키의 몇 배나 되고, 목소리가 크고, 수염이 자라고, 다소 늙어버린. 그 쓸쓸한 거인을. 한낮 태양을 뚫고, 심지어 나를 몹시 갈구하는 표정으로, 사랑을 표하며 들어오는 그를 고양이는 귀신을 본다고 하니, 나와 혼령을 구분 못하는것일 테지. - P73
그때쯤에 내 쓸쓸함이 무언가가 되는 것을 보고 만다. 무언가의 내겐 영원히 날 경계할 고양이가 필요하고. 그것은 한때 우리집 고양이. 우리집에 오기 전까지 을지로 길바닥을 헤매고 다니던작고 헝클어진 보풀에 불과했던 잿빛과 심장 박동의 얽힘. 무럭무럭 자라던 증식하던 확산해내던.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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