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시를 쓰는 것은 이미 시인이 되어서가 아니라 매번 시인이 되기 위해서다.

독자의 고충, 당신은 시가 어렵다. 정말 지독히 어렵다. 시를 이해하려 하지 말고 느껴보라고 말해주는 친절한 시인들이 있지만, 그게 입문자에게 필요한 용기를 주는 말인 것도 맞지만, 가끔은 그것이 이런 속뜻을 담은 단기 체류 비자처럼 느껴진다. ‘당신은 관광객일 뿐영주권자는 될 수 없을 거야. 이미 즐기고 있는 사람은 방법 따윈 모르고, 방법을 묻는 사람은 끝내 즐기지 못할걸.‘ 게다가 당신 주변의독서인들은 어려운 현대시를 읽지 않는 것을 정당한 소비자 불매 운동처럼 여기는 눈치다. 
- P4

시가 가진 섬세한 인지적 역량을 신뢰하고, 그를 통해 시인과 독자 모두의 삶이 깊이를 얻게 되길 꿈꾸기.
- P5

낯선 집 대문에 새겨져 있는 문장이
내가 오래전 쓴 문장 같아 보여
한참 바라보다가 그 집에서 죽어야 할 것 같았다.
13p, 강정 시인, 시란 무엇인가 - P13

눈물이 서걱서걱 내 마음을 베는 건
너를 위해 물 담아둘 마음의 쌍봉이 아직 내 심장에서 잠자기 때문,
눈을 가만 바라보는데 그 눈이 네안을 향하는 건
네가 펼친 마지막 종이에 어울리는 펜이 아직 없기 때문,
바다에 쓴 말이 바다를 부정하고
사막에 새긴 바람이 바다에서 헤엄쳐 나온 인어의 꼴을 아직 완성 못한 오늘 아니겠니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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