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삶의 문제들에 아주 소심하게 배팅한다고 생각했다. 커다란 것을 걸 만한 용기가 없어서 늘 작은 기대만을 결었다. 행여나 잃더라도 아무렇지 않을 정도의 아주 알량한 바람만을 말이다. 그건 엄마가 나에게 바라는 삶이었고, 내가 바라는 바이기도 했다. 그런데 재윤을 만나고부터 그 고요한 표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 P114

철거를 앞둔 집에 들른 적이 있다. 그곳에는 아무도, 아무것도 없었다. 고양이는 어디로 갔을까. 아마 죽었을 것이다. 고양이의 수명은 인간에 비해 아주 짧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고양이가 부러웠다. 고양이는 죽을 때 엄마가 곁에 있었겠지.
하지만 엄마가 죽을 때는 곁에 아무도 없었다. 엄마에게는 나밖에 없었는데, 내가 곁에 없었으니 엄마는 혼자였을 것이다.
- P14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