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검증을 통해 근미래를 예측하고 또 과거의 영향 요소를 해석하는 과정에서도 일종의 인류 중심의 서사가 그 기틀에 자리하고 있음은 매우 흥미롭다. 이는 객관적 관찰의 결과와 그에 따른 논증의 결과가 그 자체의 사실로 남지 않고 특정 이데올로기를 생산하는 ‘서사화‘에 기대어 담론으로 구성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학이 인류세 논쟁으로 대변되는 기후 위기에 가장 문학다운방식으로 끼어들 여지가 있다면 바로 이 ‘서사화‘의 측면이 아닐까? 무엇을 ‘서사화하고 있느냐‘만큼이나 무엇을 ‘서사화할 수 있는가‘와관련한 기능의 측면에서 문학을 다시금 성찰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 P41
이 서사에서 볼 수 있듯 위기 상황에서도 인간은 관계에 대한 지향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로써 기후 위기를 배경으로 관계를 성찰하는 서사가 ‘공존‘에 대한 감각을 상기한다고 본다면 인간의 관계 지향성을 행성 단위의 위기를 타진하는 하나의 가능성으로서 검토할 여지가 있다. - P47
인간이 초래한 오염으로 인해 변형된(인간 관점에서는 탈인간화된) 존재가 인간이 표준이 아닌 새로운 생태계의 질서를 구축한다는 상상으로 이 서사는 다시금 정리된다. 인간적 인지를 넘어서는 서사가 가능하다면 그것은 가장 반 인간적측면에서가 아니라, 가장 인간적인 사고를 겨냥하여 뒤집는 것에서 가능할 것이다. - P52
소략하건대 이 글이 궁극적으로 기후 위기를 다루는 문학과 그 서사화의 양식이 실제 기후 위기를 개선하는 데 얼마만큼의 실질적인효과를 주느냐는 물음 앞에서 여전히 그 답이 모호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 문제에 대해 문학의 무용성이나 미학성을 논하는 것은 어쩌면 당장의 위기를 낭만화하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여전히 떨치기 어렵다. 그러나 ‘인류세‘와 관련해 서사화/시나리오화하는 작업의 정치적 수행성을 고려하면 문학이 추구하는 이러한 종적 타자화의 상상력은 적어도 인간이 끊임없이 자신을 권력화하는 방식으로 써왔던 서사와 시나리오를 무너뜨린다. - P52
달리 말해 이것이 비평이 오랫동안 독자로서의ㅈ자리를 가늠해온 과정이라 한다면, 하나의 징후적인 사건으로서의 ‘에세이‘를 해석하는 이러한 시도야말로, ‘엄정한 독자의 언어‘였던 비평이 ‘쓰는 독자로서의 자기‘를 바라보는 것으로 나아가야 함을 지시하는 것이겠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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