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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지은이) 문학동네 2023-08-07, 352쪽, 소설
2023.9월 완독
🎑
인물들이 애틋하다. 사소한것들, 그냥 무정히 지나칠 수도 있는 걸,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는 마음. 그런 마음들을 인물들이 가지고 있으면서 위로를 준다. 쉽지 않은 세상속에서 우리가 우리일 수 있게 해주는게, 그런 연약하지만 강한자들의 힘이라고 생각해본다.
단편집을 읽으면 최애 글을 고르기도 하는데, 고르는게 쉽지 않았다. 아픈건 답신이 제일 강했는데, 일 년의 다희도 그렇고,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의 기남도... 고를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완독하고 나면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따뜻하지만 어떤 때엔 너무 무겁게 다가와서 기분 좋은 느낌으로만 오진 않는다. 그래도 그 마음 아프고 불편한 느낌도 기꺼이 받아들여야 소설 속 인물들과 소설 밖 우리들에게 떳떳할 수 있을 듯.
🌈 마음에 남은 구절
햇볕이 잘 드는 담장 앞에 앉아 황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일, 다시 길을 가려고 하면 졸졸 쫓아오는 황구가 자기 집을 못 찾아갈까봐 쫓아오지 마, 쫓아오지 마, 소리치며 뒤를 돌아보지 않으려고 애쓰던 골목,
18(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비록 동의할 수 없지만,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라고 지금의 나는생각한다.
42(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써야 하니까 쓰는 것이 아니라 쓰고 싶어서 쓰는 마음, 마음을 다해서 쓰고 싶다는 마음이 불처럼 당신 몸을 휘감고 아프게 하는 느낌을 받았다.
65 (몫)
할머니를 생각하면 그 기억이 자주 떠올라요. 저를 지키려는 매 순간순간이 무서웠을 것 같고, 용기를 냈어야 했을것 같고, 세상 소심한사람이 막, 씨발년이라는 말도 해야 했고.
103(일 년)
그녀는 다희에게 서운함을 느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서운하다는 감정에는 폭력적인 데가 있었으니까 넌 내 뜻대로 반응해야 해, 라는 마음. 서운함은 원망보다는 옅고 미움보다는 직접적이지 않지만, 그런 감정들과 아주 가까이 붙어 있었다. 그녀는 다희에게 그런 마음을 품고 싶지 않았다.
115(일 년)
기록하지 않으면 하루하루가 같은 날이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한꺼번에 사라져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있거든.
127 (답신)
있는 일을 없는 일로 두는 것. 모른 척하는 것. 그게 우리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대하는 우리의 오래된 습관이었던 거야. 그건 서로가 서로에게 결정적으로 힘이 되어줄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방식이기도 했지. 그렇게 자기 자신을 속이는 거야. 다 괜찮다고, 별일 아니라고, 들쑤셔봤자 문제만 더 커질 뿐이라고.
150 (답신)
이모의 태도가 감정적 방임에 가까웠다는 것도. 하지만 나는 이모를 판단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그런 판단은 너무 쉬우니까. 나는 그런 쉬운 방식으로 이모에 대해 말하고싶지 않다.
217 (이모에게)
나는 농담을 가장한 그런 말들과 ‘희진이 엄마가걱정돼서 그렇지‘로 시작되는 걱정을 빙자한 말들 속에서 엄마가 내게 끝끝내 숨기고자 했던 우리 가족의 진짜 문제들을 알아챌 수밖에 없었다.
227(이모에게)
˝부끄러워도 돼요. 부끄러운 건 귀여워요. 에밀리가 그랬어요.˝
319(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