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좌지우지할 수 있고, 그녀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수 없는 유일한 인간이자 다른 모든 사람들의 죄값을 대신 치를 수 있는 인질, 그것은 테레자였다.
- P77

그녀는 한때 그녀가 과대평가했던 젊음과 아름다움이 아무런 가치도 없다고 소리 높여 외치고 지나간 삶과 엄숙하게 결별하고자 철저하게 뻔뻔해졌다.
- P81

그리고 다른 뭔가가 있다. 테이블 위에 책이 한 권 펼쳐져 있었다. 이 카페에서 테이블 위에 책을 펼쳐 놓았던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테레자에게 책이란 은밀한 동지애를 확인하는 암호였다. 그녀를 둘러싼 저속한 세계에 대항하는 그녀의 유일한 무기는 시립도서관에서 빌려오는 책뿐이었다. 
- P84

그런데 어떤 한 사건이 보다 많은 우연에 얽혀 있다면 그 사건에는 그만큼 중요하고 많은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 P86

당신이 생각하는 소설적이라는 말이 ‘꾸며 낸‘, ‘인공적인‘, ‘삶과는 유사성이 없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다. 왜냐하면 인간의 삶이란 이런 식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 P91

"나 때문에 질투한 게 사실이야?" 그녀는 마치 노벨상 수상자로 지목되었으나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사람처럼 수십 번 같은 질문을 했다.
- P98

불행히도 머지않아 질투심을 갖게 된 사람은 그녀 자신이었다. 토마시에게 그녀의 질투심은 노벨상이 아니라. 죽기 전 겨우 한두 해 정도만 벗어날 수 있었던 짐이었다.
- P99

끊임없이 ‘신분 상승‘을 원하는 자는 어느 날엔가 느낄 현기증을 감수해야만 한다. 현기증이란 무엇인가? 추락에 대한 두려움? 하지만 튼튼한 난간을 갖춘 전망대에서 우리는 왜 현기증을 느끼는 것일까? 현기증, 그것은 추락에 대한 두려움과는 다른 그 무엇이다. 현기증은 우리 발밑에서 우리를 유혹하고 홀리는 공허의 목소리, 나중에는 공포에 질린 나머지 아무리 자제해도 어쩔 수 없이 끌리는 추락에 대한 욕망이다.
- P105

그들이 사랑한 것은 사실이다. 오류가 그들 자신이나 그들의 행동 방식 혹은 감정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공존 불가능성에서 기인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왜냐하면 그는 강했고 그녀는약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말하던 중 삼십 초쯤 말을 멈추었던 둠체크 같았고, 말을 더듬고 숨을 돌리고 말을 잇지못했던 그녀의 조국과 같았다.
- P132

젊은 시절 삶의 악보는 첫 소절에 불과해서 사람들은 그것을 함께 작곡하고 모티프를 교환할 수도 있지만 (토마시와 사비나가 중산모자의 모티프를 서로 나눠 가졌듯) 보다 원숙한 나이에 만난 사람들의 악보는 어느 정도 완성되어서 하나하나의 단어나 물건은 각자의 악보에서 다른 어떤 것을 의미하기 마련이다.
내가 사비나와 프란츠 사이에 난 모든 오솔길을 되짚어본다면, 그들이 작성한 몰이해의 목록은 두터운 사전이될 것이다. 우리는 조그만 어휘록으로 만족하기로 하자.
- P152

그러나 B를 위해 A를 배신했는데, 다시 B를 배신한다 해서 이 배신이 A와의 화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 P157

처음부터였건 마지막 순간부터였건, 좋아서 그랬건  싫어서 그랬건, 오직 공산주의 체제에 적극적으로 저항했는지 아니면 수동적으로 저항했는지 그것만 알고 싶어 했다.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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