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있는 이 시간, 내 손이 춤추는 시간이 좋다. 손가락들은 특이한 발레 무용수가 되어 얽히고설킨 하나의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이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가 나의 것은 아니다. - P9
내 어머니는 자기 딸이도랑에서 구토하는 것을 지켜보았지만, 나는 내 딸이 토하는 모습을 보지 않겠어. 그럴 수는 없어. 결코 그렇게 하지는 않겠어. - P16
아버지가 머리카락에 쏟아붓는 정성에는 참을성과 엄격함, 애정이 녹아 있었다. - P27
노나의 손가락은 굽고, 살갗은 양피지처럼 쭈글쭈글하지만 눈빛만큼은 세상을 꿰뚫어보듯늘 창창했다. 그가살아온 일흔다섯 해 세월 위에 올라앉아 세상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 P28
독서광이라고 할 정도로 책 읽기를 좋아하는 그는 책들이 가득 들어찬 도서관의 고요한 분위기에 매번 홀린 듯 끌려들어갔다. 가끔 책장 넘기는 소리가 들릴 뿐인 그 공간에는 종교적인 무엇인가가 흘렀다. 비밀스런 의식이 숨겨져 있는 분위기랄까.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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