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잠에서 깨어나든 넋을 잃은 상태에서 깨어나든 간에, 정신이들 때면 언제든 다시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위를 읽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길을 잃기 전에, 즉 이 세상을 잃어버리기 전에, 다시금 자신을 찾기 시작해 지금 지금 어디를 헤매고 다니는지 깨닫고 세상과 자신의 관계는 얼마나 무한한지도 깨달아야 한다. - P213
열차는 호수를 바라보기 위해 정차하는 법이 없다. 그러나 나는 기관사와 화부, 제동수, 그리고 정기 승차권을 끊어 자주 호수를 보는 승객들은 그 풍경 덕분에 더 나은 인간으로 변모해 가리라는 생각을 해 본다. - P240
우리의 삶은 놀라우리만치 도덕적이다. 미덕과 악덕 사이에는 한순간의 휴전도 없다. 선이야말로 결코 손해 보지 않을 유일한 투자다. 온 세상에 울려 퍼지는 하프의 선율 속에서 우리를 전율케 하는 것은 바로 선함에 대한 고집이다. - P270
물론 고양이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온종일 깔개 위에 놀어져 있는 잘 길든 집고양이라도 숲에 들어오면 참으로 편안해 보이고, 은밀하게 살금살금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숲에 둥지를 틀고사는 다른 동물들보다 오히려 더 숲 속 토박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한번은 숲 속에 열매를 따러 들어갔다가 숲에서 새끼를 거느리고 나오는 고양이와 마주친 일도 있었다. 녀석들은 꽤 야생에 적용한 듯 보였는데, 새끼들도 어미처럼 등을 곧추 세우고는 나를 보며 매섭게 야옹거리며 울어 댔다. -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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