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월Wall가의 이야기‘가 묘사하는 것은 모든 주민이 노동하는 동물로 전락해버린 비인간적 노동 세계이다. 고층 빌딩으로 빽빽하게 둘러싸인 사무국의 음울하고 반생명적 분위기가 상세하게 그려진다. 
- P55

후기근대적 성과사회의 표징인 우울증의 증상은 아직 나타나지 않는다. 자신이 부족하다든가 열등하다는 느낌, 실패에 대한 불안은 바틀비의 감정 목록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끝없는 자책과 자학은 그에게 낯선것이다. 그는 ‘너 자신이 되어라‘라는 후기근대적 성과사회의특유한 명령에 부딪힌 적이 없다. 바틀비는 자기 자신이 된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해 좌절하는 것이 아니다. 
- P57

 영감을 주는 피로는 부정적 힘의 피로, 즉 무위의 피로다. 원래 그만둔다는 것을 뜻하는 안식일도
모든 목적 지향적 행위에서 해방되는 날, 하이데거의 표현을 빌리면 모든 염려에서 해방되는 날이다. 
- P72

카프카는 대단히 난해한 단편 「프로메테우스」에서 몇 차례에 걸쳐 프로메테우스 신화의 재해석 작업을 수행한다. 첫번게 재해석 시도에 따르면 "신들은 지쳤고 독수리도 지쳤으며 상처도 지쳐서 저절로 아물었다." 나는 또 하나의 재해석을통해 이 프로메테우스 전설을 내적 영혼의 장면으로, 즉 오늘날 스스로에게 폭력을 가하며 자기 자신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성과주체의 심리적 기구에 관한 묘사로 파악하고자 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과 함께 노동도 가져다주었다. 성과주체는 스스로 자유롭다고 믿지만 실은 프로메테우스처럼 묶여 있다. 
- P81

"멜랑콜리가 비범한 인간의 고유한 특징이었다면 우울증은비범한 것이 대중화됨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울증은
"멜랑콜리에 평등을 더한 것이며, 민주적 인간의 전형적 질병이다." 
- P97

21세기의 대표 질병인 소진증후군이나 우울증 같은 심리 질환들은 모든 자학적 특징을 나타낸다. 사람들은 자기에게 폭력을 가하고 자기를 착취한다. 타자에게서 오는 폭력이 사라지는 대신 스스로 만들어낸 폭력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그러한 폭력은 희생자가 스스로 자유롭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
- P104

에랭베르는 후기근대적 인간을 니체의 주권적 인간과 등치하면서, 그가 실은 주권자이자 호모 사케르라는것, 주인이자 동시에 노예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니체의 입장에서 그러한 인간은 주권적 인간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노예로서 스스로 착취당하는 최후의 인간일 것이다. 예랭베르의 가정과는 반대로, 니체의 주권적 인간은 실은 탈진한 성과주체에 대한 문화비판적 대항 모델로서 여유로운 인간의모습으로 등장한다.
- P111

성과사회의 호모 사케르는 절대로 죽일수 없다는 점에서 주권사회의 호모 사케르와 구별되는 또 하나의 특징을 지닌다. 이들의 생명은 완전히 죽지 않은 자들Untote의 생명과 비슷하다. 그들은 죽을 수 있기에는 너무 생생하고 살 수 있기에는 너무 죽어 있는 것이다.
- P114

성공학 개론서들이 ‘당신은 바로 당신 자신의 경영자입니다‘라고 말할 때, 그것을 한병철은 ‘당신은 당신 자신의 자본가이며 착취자입니다‘라고 읽는다. 
- P127

한병철은 시스템이 이상적인 자아가 되고자 하는 개인들의 욕망으로 지탱되고 있다면, 개개인이 그러한 욕망의 허구성에 대해 각성하는 데서 비로소 시스템의 변화도 시작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그는 우울증을 이 시대의 핵심적 질병으로 지목하고, 그 배후에 성과사회의 압력이 놓여 있음을 설득력있게 논증한다. 
- P127

 따라서 성과사회의 압력은 끝없는 성공을 향한 유혹에 노출되어 있는 개개인의 반성과 자각을 통해서만 물리칠 수 있다. 한병철의 예리한 시대 진단은 그러한 쉽지 않은 반성과 자각의 출발점이 될 것이며, 이 책이 고도로 발달한 성과사회의 한복판(독일)에서 얻은 호응은 그의 제안이 고독한 메아리 이상의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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