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아버지처럼 하지 않아도 좋을 생각까지 하느라 인생살이가 고달팠던 사람에게는 두말 할 나위도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알고 있는 한 아버지는 타인에 의해 한 번도정확히 읽혀지지 않은 텍스트였다. 그것은 아버지에 대한 모독이었고 또한 아버지의 불행이었다.
- P74

"해질 녘에는 절대 낯선 길에서 헤매면 안 돼. 그러다 하늘저권부터 푸른색으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말로 설명할 수없을 만큼 가슴이 아프거든. 가슴만 아픈 게 아냐. 왜 그렇게 눈물이 쏟아지는지 몰라. 안진진, 환한 낮이 가고 어둔 밤이 오는그 중간 시간에 하늘을 떠도는 쌉싸름한 냄새를 혹시 맡아 본적 있니?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그 시간, 주위는 푸른 어둠에물들고, 쌉싸름한 집 냄새는 어디선가 풍겨 오고 그러면 그만견딜 수 없을 만큼 돌아오고 싶어지거든, 거기가 어디든 달리고달려서 마구 돌아오고 싶어지거든. 나는 끝내 지고 마는 거야......."
- P85

이렇게 말하면 보다 정확해질지도 모르겠다. 강합보다 약함을편애하고 뚜렷한 것보다 희미한 것을 먼저 보며, 진한 향기보다연한 향기를 더 선호하는 세상의 모든 희미한 존재들을 사랑하는 문제는 김장우가 가지고 있는 삶의 화두다. 나는 그렇게 느낀다. 그래서 그는 세상을 향해 직진으로 강한 화살표를 쏘지 못한다. 마음으로 사랑이 넘쳐 감당하기 어려우면 한참 후에나 희미한 선 하나를 긋는 남자.
- P93

"앞으로 돈을 번다 해도 그 돈은 내 것이 아냐. 모두 형에게 돌려 줘야 해. 형은 나 때문에 대학도 가지 못했거든. 내게 돈이 생긴다면 그건 모조리 형 것이야."
처음에는 그 말이 몹시 아름다웠지만, 언제까지 그 말의 아름다움에 감동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말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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