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네는 가봤는가?
-안 가봤다. 그러니까 가보자는 것이다. 여기서 멀지 않다.
여비가 되는가.
-모자라지 않는다. 쏘고 나면 여비는 필요 없다.
- P153

1탄 이후에 벌어지는 소란 속에서 고요한 평정을 유지하고 조준선을 찾아가야 한다………… 반동을 몸으로 받아가면서 몸은 다시 평온해질 것이다. 평온해진 내 몸을 총알에 실어서 이토의 몸속으로 박아넣자.
****..
- P160

- 미세하고 구체적인 정보가 소중하다. 정보를 덧칠하지 말고 날것으로 보고하라. 불온은 고요함 속에 있다.
라고 헌병대장은 훈시했다.
- P170

・・・・・・ 나는 이토가 온 철도를 거슬러 가고 있다. 대련은 이토의 세상이다. 대련은 내가 말하기에 편안한 자리이고 내가 죽기에도 알맞은 자리이다.
- P194

안중근이 무슨 생각으로 처자식들을 하얼빈으로 불렀는지 정대호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정대호는 안중근의 처자식을 데리러 평양에 갔다가 며칠을 주색잡기로 소일하고 10월 23일에야평양을 떠났는데, 안중근이 총을 쏘기 전에 처자식들을 데려와서 만나게 해주었다면 안중근이 총을 쏠 수 있었을까를 정대호는 생각했다. 안중근을 위해서나 그의 처자식을 위해서나 총을쓴 후에 그의 처자식들이 하얼빈에 도착해서 안중근이 총을 쏘기 전에 처자식과 만날 수 없었던 것은 잘된 일이지 싶었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은 끝내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정대호는 마음이 편해졌다.
- P199

이 두 사내들 사이에 어떤 신통력이 작동해서 이런 행동이 가능했던 것인지 미조부치는 헤아릴 수가 없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인가.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것은 이 두 사람만의 일인가 아니면 다른 조선인들에게까지 확산될 수 있는일인가를 미조부치는 우덕순에게 물어볼 수가 없었다.
이 난감한 질문은 사건의 핵심일 수도 있지만 법률가가 대답할 사안은 아닐 것이라고 미조부치는 스스로 대답했다. 
- P212

- 안중근은 의병으로서 한 일이라고 하는데, 그대는 의병과 관련이 있는가?
-나는 다만 일개의 국민으로서 했다. 의병이기 때문에 하고,
의병이 아니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 P232

- 그대의 정치적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하면 어떤가?
-나는 말하기 좋아서 여러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거사는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얻기 위한 것이다. 공개를 금지한 이상 진술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도 진술하지 않겠는가?
- 방청객이 없으면 진술하지 않겠다.
- P236

‘출장 불가‘를 알리는 뮈텔의 답장을 받은 다음날 빌렘은 여순으로 떠났다. 여순으로 가는 기선은 닷새에 한번씩 진남포에서출항했다. 운항 날짜가 맞았다. 진남포 부두에서 빌렘은 명동대성당의 뮈텔에게 전보를 쳤다.
보내주신 편지는 잘 받았습니다. 저는 여순으로 갑니다.
빌렘
- P264

안중근에게 고해성사를 베푸는 일이 쉽지 않을 것임을 빌렘은알았다. 그리고 또, 그것이 아주 어렵지는 않을 것임을 빌렘은또한 알았다. 빌렘은 그 혼란을 소중히 여겼다.
- P266

-제가 이토의 목숨을 없앤 것은 죄일 수 있겠지만, 이토의 작용을 없앤 것은 죄가 아닐 것입니다. 제가 재판에서 이토를 죽인 까닭을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저의 복이고, 이토가 살아 있을때 이토에게 말하지 못한 것은 저의 불운입니다. 신부님.
- P272

한국 청년 안중근은 그 시대 전체의 대세를 이루었던 세계사적 규모의 폭력과 야만성에 홀로 맞서 있었다. 그의 대의는 ‘동양 평화‘였고, 그가 확보한 물리력은 권총 한 자루였다. 실탄 일곱 발이 쟁여진 탄창 한 개, 그리고 ‘강제로 빌린 (혹은 빼앗은)‘
여비 백 루블이 전부였다. 그때 그는 서른한 살의 청춘이었다.
- P305

나는 안중근의 ‘대의‘보다도, 실탄 일곱 발과 여비 백 루블을지니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향하는 그의 가난과 정춘과 그의 살아 있는 몸에 관하여 말하려 했다.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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