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올리버는 이 기쁜 결말의 끝에 이런 말을 덧붙인다. (이건 새미의 이야기다. 하지만) "어쩌면 당신을 구속하고 있는 줄을 끊는다면 당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경이로운일들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 P9

배상면주가 느린마을 사계절 막걸리 리뷰를 검색하다가 한 블로거가 적어놓은 문장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웃었다. 개소리 써놓고 끝에 ‘여름이었다‘만 붙이면 그럴싸해짐. 
- P11

회개하는 얼굴로 죄를 짓고 죄를 짓는 얼굴로 회개하고.
- P15

누군가는 인생 거기서 거기라는 말을 생의 경구로 삼고.
- P18

씨는 씨 되어가고
바람은바람이지
이딴 소릴 지껄이는 애들은
사랑도 꼭 그렇게 하고
시도 꼭 그렇게 쓰고
살아도 꼭 그렇게 살고
갈 때도 꼭 그렇게 가더라
- P20

내가 오래전 반지하에 살 때 이웃에게 호되게 당해서 이웃보기를 돌같이 하는 것도 모르면서, 대답 없이 어물거리니까 "몇살이야?" 하더라고. 더 보탤까, 확 뺄까 하다가 좀 뺐지. 진실하기 싫어서. "마흔이요" 그랬더니 "아이고, 이야,
생각보다 나이가 많네, 나는 이십대인 줄 알았네!" 앞으로듣게 될 말이란 말이야. 근데 왜 아직 결혼을 안 했다. 여자친구는 있고 그러면 이렇게 엿 먹여야지 생각했어.
"사별했는데요."
- P21

덧붙이자면 일렁이는 여름 동사의 일종. 겨울의 동사는 속삭이다. 봄의 동사는 어른거리다. 가을의 동사는 흘러가다.
  - P26

나의 여름 이야기에는 언제나 습기와 열기를머금은 밤의 공기, 시원한 바람이 한번씩 불어오고, 밤의고유한 흐름에 맞춰 자전거 페달을 밟고 닿지 못할 곳(마음)을 향해 닿을 듯이 나아가다가 멈춰 서 있다가 다시 돌아온다. 그전에 일어난 일은 아무도 모르고 내가 밤의 복개천에서 어둠을 방어막 삼아 울고 온다는 사실. 아무도 알지 못하므로 그 울음 뒤에 피어오르는 웃음은 더 신비롭고.
그렇다고 믿게 되며 갔던 길을 따라 돌아오며(인생은 이렇게 축약되기도 하지), 나는 한 사람을 생각한다. 그 사람의 일렁이는 마음, 일렁이는 마음을 생각하면 언제나 빛이있되, 빛을 생각하면 어둠이 있고.

- P27

고요히 한 생각 머물면
앞강물도 지워지고
앞산 숲도 지워진다.
너는 말없이 말하고
나는 들리지 않게 듣는다.
강상기 [묵언]
- P66

 언젠가 취기가 오른 아버지가 내 인생을그대로 적으면 그게 소설이라고 말했을 때 나는 무심히 그렇지 않은 인생이 어딨겠냐고 대답했더랬다. 딴은 솔직하게. 그러나 그 말에는 약간의 적의가 담겨 있었다. 회한으로 점철된 가부장의 삶에 반감이 없는 아들이 있으랴. 그때의 나는 아버지의 인생과 내 인생이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될까봐 방어적이었는지도 모른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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