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좁은 생각에, 시는 불행의 장르, 어두운 기억의 장르다. 시인들은 늘 불행의 세목(目)들을 모으고, 그에 대해 노래한다. 시가 불행에 대한 노래라고? 그렇다. 삶이 불행을머금고 있으니 시도 불행을 머금는다. 많은 시들이 불행의우발성, 불행의 처연함, 불행의 불가피함, 불행의 흔적들.
불행이 만든 천공들, 불행의 상습성, 불행의 악마성불행의 숭고함………들을 노래한다. 시인이란 불행을 상습화하면서 불행을 연기하는 자다. 따라서 모든 시는 불행에 들린 자들 - 패자들, 몰락한 자들, 죽은 자들, 떠도는 자들 - 의 영혼을 뚫고 나온 목소리다. 시로 빚어진 불행은 의미로 충만하면서 찬란하고, 여기저기 함부로 널린 행복은누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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