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따위 너절한 음식을 먹으며 살아왔으니 마침내 육신은 말할 것도 없고, 영혼까지 저절로 타락해버렸던 것이다. 그의 인간성을 파괴한 것은 타고난 악덕이 아니라 바로 영양실조였다. - P326
게 떠돌이가 구빈원에 노동을 제공하고 구빈원이 풍족한 음식을 준다면 사정은 달라질 테고 구빈원은 부분적으로나마 자활 기관으로 발전할 것이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여기저기에 정착함으로써 떠돌이 신세를 벗어날 것이다. 비교적 유익한 일을 하고, 적절한 음식을먹으며,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것이다. 이 계획이 잘 시행되면 점차가난뱅이 취급을 받지 않을 것이고, 결혼도 하며 나아가 사회에서 천대받지 않는 자리에 오를 것이다. - P400
왜냐하면 문제는 영양이 부족하고 할 일 없는 사람을 어떻게 하느냐하는 것이니, 스스로 먹을 것을 만들게 하라는 해답이 나오는 건 당연하기 때문이다. - P401
하지만 빈곤에 찌들려봄으로써 가슴 깊이 느낀 한두 가지 점을 집어 말할 수는 있다. 그러니까 다시는 이런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떠돌이는 전부 불한당에다 주정뱅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고, 거지에게 한 푼 주었을 때 고마워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을 것이며, 실직한 사람이 기력이 없어도 아연실색하지 않겠고, 구세군에는 헌금을하지 않겠으며, 또 내 옷을 전당 잡히지 않을 것이고, 광고 전단을 거절하지 않겠으며, 그럴듯하게 말끔한 음식점에서 식사를 즐기지도 않을 것이다. 이것이 시작이다. - P409
이 스페인 내란에서의 체험은 좌익 정당의 실상을 알게 해주었고정치에 환멸을 느끼게 했으며, 모든 조직체에 대한 불신을 더욱 굳게해주었을 뿐 아니라 작가로서 그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이에대해서 그는 "나는 1935년까지도 결심을 굳히지 못하고 있었다. 1935년에서 1937년 사이에 있었던 여러 가지 사건들이 결정적인 요소가 되어 비로소 내가 취할 입장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에 내가 쓴작품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모두 전체주의를 반대하고, 나름대로이해하는 민주적 사회주의를 옹호하기에 이르른다. 우리가 사는 시대에 이런 주제를 외면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작가는 모름지기 정직하고 진실해야 하며, 자신이 감지한 모든 허위와 비리는 용서 없이 폭로, 고발해야 한다는 그의 작가 정신도 이 체험에서 정립된 것이었다. - P413
예언자인 메이저 영감은 마르크스이고, 엉큼한 독재자 나폴레옹은 스탈린이며, 이상주의자 스노볼은 스탈린에게 축출당한 트로츠키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반란‘이라는 단어는 1917년의 러시아 혁명을 의미하고, 이 혁명에서 멸망한 차르 정권은 매너(장원) 농장의 주인 존스로 등장한다. 동물농장에 늘 위협적인 존재인 필킹턴은 서구 자본주의 진영이고, 프레더릭은 독일을 중심으로 한 파시스트당 진영으로 대입된다. 자본가를 인간으로, 노동자를 동물로 간주하는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은 ‘동물주의‘를 제창하는 메이저 영감의 연설이 대변해준다. 그럴듯한 혁명 이념을 뒷전으로 한 채 자본주의 체제에 동화되어가는 ‘소비에트 공화국‘의 타락 면모는 『동물농장의 전개 과정에서 뚜렷하게재현된다. - P417
우리는 돼지 나폴레옹의 음흉한 독재구축에서, 비록 근소한 이념의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권력 조작의마찰 사이에서 묵종을 강요당하고, 삶의 조건이 아무리 숨통을 막아도 이를 달게 감수해야 하는 지구상 곳곳의 모습을 실감한다. - P417
그러나 가난의 테두리 내에서 맴도는 따라지 인생들이 어떻게 하면구제되고 어떻게 하면 삶의 개선을 이룰 것인지 오웰은 그 대책을 제시하고 외쳤지만 그러한 사회의 고민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다. - P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