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크르」호가 출발을 알리는 신호를 보냈기 때문에 안토니오는 책을 두고 가라는 부탁을 신부에게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신부는 책을 읽어 보고 싶다는 전보다 강한 욕망을 그에게남겨놓고 갔다.
그는 자기 인생이 고독이라 이름붙은 짐승들에게 포위당했다는 느낌을 생전 처음으로 느끼는 한편 책 한 권 없는 독서가로서의 자기 처지를 되씹으면서 우기를 그대로 보내야만 했다.
- P75

이렇게 해서 다섯 달 동안 그는 자신에게 질문과 대답을 전갈아 던지면서 독서 취미를 갈고 닦을 수 있었다.
- P80

독서 취향이 안토니오와 완전히 똑같지는 않은 여선생은 그가 이 《묵주》라는 책을 갖고 엘 이딜리오로 돌아가도 좋다고허락해 주었기 때문에 그는 창문 앞에서 이 책을 백 번도 더 읽고도 읽었던 것이었고, 이제는 시간보다 더 영원한 행복과 사장의 고통으로 채워넣으려고 그의 기억의 심연을 한껏 벌려놓존재,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은 무질서한 과거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치과의사의 손에 들려와 높은 책상 위에 가지런히 쌓여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소설들을 읽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 P81

늙으면 지혜가 는다는 말을 자주 들었던 그는 그가 간절히 원하는 것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지혜라는 미덕이 자기에게도 찾아오리라 믿고 기다렸다. 그가 가장 갖고 싶은 것은 그가 간직하고 있는 추억의 가닥을 잡을 수 있는 힘.
그의 기억이 쳐놓은 덫에 걸리지 않게 해줄 수 있는 힘이었다.
- P93

엘 이딜리오로 돌아가서 유해를 넘겨주자 읍장은 그가 조용히 지내도록 내버려 두었고, 그는 그같은 평화를 간직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지 다 할 각오가 되어 있었는데, 왜냐하면 그렇게 평화롭게 지내야만 높은 책상 앞에 선 채 강을 바라보며 연애소설을 느릿느릿 읽는 행복한 순간들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 P106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그 소리야말로 생명의 소리였다. 수아르 족이 하는 말에 따르면 낮에는 인간과 숲이 별개로 존재한다. 그런데 밤에는 인간이 곧 숲이라는 것이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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