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될 수 없는 감정은, 가만히 안고 간다.
영혼이 따뜻해질 수 있게.
그 모습 그대로, 말을 품는다.
내 안에, 나의 체온처럼.
- P67

하지만 ‘생각하기‘는 선택이 아니고, 결단도 아니다.
세상일은 둘 중에 하나가 아니다. 무슨 일이든
둘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지 않는 데서,
‘생각하기‘가 시작된다.
- P73

마음을 늘 한결같이 지켜주는 건,
오히려, 망설임과 머뭇거림 속에 있는 게 아닐까.
- P73

묻혀서 보이지 않는 것. 그렇지만 여기에 있는것 기억이란 사람의 뿌리줄기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있지만, 여기에 없는 것. 여기에 없지만, 여기에 있는 것. 내가 쓰고 싶었던 것은 그런 시고, 그런 시집이다.
- P78

사람은 누구도,
이렇게 살고 싶었어, 라는 식으로 살지는 않는다.
어떻게 살려고 했든, 결국 이렇게 살았어.
누구나,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책상 위에, 풀꽃을 놓는다. 그 꽃의 색에,
이윽고 해질녘의 색이 천천히 겹쳐간다.

- P81

평화란 (더할 수 없이 평범한) 하루다.
- P83


스무 해 동안, 세 마리의 고양이는,
아홉 개의 목숨을 충분히 다 쓰고, 죽었다.
살아 있는 것이 이 세상에 남길 수 있는
마지막은, 삶의 끝이 다할 때까지 살아낸다는
프라이드가 아닐까.
비를 들으며, 밤에, 이 시를 쓰면서,
오늘, 사람이, 프라이드를 잃지 않고
죽어가는 것의 어려움에 대해 생각한다.
- P97

시간의 속도를 느리게 하는 것이다.
생각한다는 건, 느린 시간을
지금, 여기에 만들어내는 것이다.
- P116

기쁨을 쓰려다가, 슬픔을 발견한다. 슬픔을쓰려다가, 기쁨을 발견한다. 시라고 불리는 것은, 글쓰기의 그러한 반작용에 의해 본질적으로 유지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이라는 말이 절실한 말로 느껴지면서 깨닫게 된 것은, 순간도, 영원도, 과거도 아닌,
하루가, 사람의 인생을 새기는 가장 소중한시간의 단위라는 것이었다.
하루를 살아가는 데, 시는 앞으로도 필요한말이 될 수 있을까?
- P118

하늘 아래에 있는
작은 존재로서,
지금, 여기에 있다, 라는 것.
한밤중에는, 창가에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밤하늘은 사람의 감정을 무구하게 만든다.
구름 없는 밤에는, 별을 헤아린다.
비 오는 밤에는, 잃어버린 것을 헤아린다.
괜찮아, 하고 스피노자는 말한다.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어.
지킬 것은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어.
- P149

그가 보낸 첫 번째 편지는 마지막 편지가 되었다.
말을 한 적도 없다. 친하게지낸 적도 없다.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 그런데도 당신이 내 안에 남기고간 것은, 인생의 특별한 한 사람에 대한 기억이다. 시를 쓰는 것은, 그 사람이 누구든, 당신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인생의 특별한 한 사람에게, 나의 말을건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 2005년 7월 9일
- P159

그에게 시의 본질은 연민에 있으며, 연민이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일상의 소중한 것들은 잃어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그 소중함을알게 됩니다. 그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사랑과 애틋함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바로 시가 하는 일이라고 오사다는 생각했습니다.
- P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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