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간 잡지, 교과서, 단행본 등 잡다한 분야에서 편집자로 일하면서 가끔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일들도 궁금해졌다. 가능하다면 여러 갈래로 난 샛길들을 함부로 걸어보기로마음먹었다. 조금은 엉망인 사람으로 남아, 당신과 함께 그 샛길들을 헤매고 싶다.
- P1

이쯤이면 짐작하겠지만 이 책은 독자들에게 모범적인 삶이나 정형화된 산책길을 권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지 않는다. 단 몇 시간의 독서나 여행만으로 어떤 사람 또는 장소의 정수를 발견하는 일은 도저히가능하지 않을뿐더러 정수를 발견한 척하는 일 역시 정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자신이 머물고 있는 곳을 벗어나 낯선 어딘가를 걸어볼것을 권하고 싶다. 낯선 길을 걷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게 될 때, 그리고그 길이 전에 겪어본 바 없이 급변할 때라야 비로소 우리는 세상을 달리 볼 수 있게 될 테니까. 그리하여 당신도 어느 곳에선가 새롭고도 생소한 것들을 발견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 P7

이런 문제에 대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 고민한 결과 캠페인이만들어졌어요. #TAKE3FORTHESEA‘라는 해시태그를 보신 적이 있을 거예요. 혼자서 이 해변의 쓰레기를 모두 줍는다는 건 불가능해요.
서핑숍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기본적으로는 서핑을 즐기려는 사람이니온종일 쓰레기만 줍고 있을 수는 없고요. 그러니 서핑을 하고 나서 각자 쓰레기 세 개를 줍자. 그래서 깨끗한 바다를 만드는 일에 동참하자.
이런 의미예요. 저는 #바다사용료는쓰레기줍기‘라고 쓰고 있어요.
- P44

속초 여기저기에 건축봄이 일고 있어요. 이곳에 사는 사람들로서는 속초가 점점 아름답지 못한 도시가 될 거라는 불안을 갖게 돼요. 그래서 속초 시민들은 난개발방지를 위한 조례 개정안‘을 청구하기 위해 서명운동 등을 진행하고 있어요
- P97

선착장에 묶인 내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러므로 스스로 매듭을푼 그들 부부는 낯선 곳을 향한 항해를 시작했다. 그들의 어깨 뒤에는 이미낯선 곳으로 항해해본 누군가가 존재하고 있으며 그 누군가가 겪었던 고난은 이제 고스란히 이 부부의 몫이 되었다. 하지만 이 부부 이전의 누군가가새로운 항로를 훌륭히 개척해냈다는 사실은 그들에게 어떤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리라 믿는다. 이제 그들은 새로운 세대의 이야기를 써가기 위해 자기 힘으로 배를 밀고나가고 있다. 자기 근원을 찾아 항해하는 현대의 오디세우스가 가맣게 될 육지가 그들의 바람만큼 멋진 곳이길 기대한다.
- P123

서울에서 일하던 일러스트레이터 박한영 씨는 시골의 이듦에 따라 김포로, 고성으로 이주했다. 하지만 그는 시골에서 보낸 몇 해의 시간이 그림같지만은 않았다고 고백한다. 무엇보다도 도시에 살 때 그곳의 사람들과유지했던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간격이 그리운 눈치였다. 적지 않은 시간을 도시에서 살아온 그에게는 자신의 친구로 정의되는 이나 가족같이 느껴지는 이들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 범연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사람 사이의 간격이 훨씬 더 좁혀진다고한다. 그래서 말 못할 알력이 생기기도 하는 듯하다.
- P150

그는 지금도 도시와 시골 사이에서각각의 공간이 끼치는 인력과 척력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 P151

일과 가사를 병행하는 게 힘들진 않냐고요? 괜찮아요. 마음이 풍요로워진 느낌이니까요. 여기에서는 많은 것들을 자급자족해요. 직접 재배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을 때 무척 행복해요.
- P168

고성을 포함한 영동 지방은 고려 시대에 해적의 침입에 대비하는 군사적 목적의 행정구역인 동계로 구분되어 다른 지역과 달리 취급되었다.
한쪽은 바다, 다른 쪽은 드센 형세의 산에 둘러싸인 영동 지방의 길 위에서면 이 지역이 왜 특별히 여겨졌는지 느끼는 일이 어렵지 않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오래전부터 이곳에 살던 사람들이 느꼈을 막막한 심정도 한번쯤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한 고립감을 숨기지 않은 설화가 고성 화암사에 전해온다.
- P174

고성에서도 더욱 외딴 곳에서 남편과 단 둘이 살고 있는 이순임 씨도,
수바위와 같은 화수분은 아니겠지만 부족함 없이 생활을 이어나갈 만한 방법을 찾은 듯하다.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었고 낙향이라는 느낌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주부로서의 익명성에서 벗어나 사회적 관계망 속으로완전히 복귀하게 된 이순임 씨는 고성에 정착하고서야 비로소 자신이 가치있고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백발노인이 스님들에게 쌀을 내어준 것처럼, 고성이 그에게 자신의 너른 품을 내어준 덕분이 아닐까.
- P175

목적지인 신선대에 오르면 맞은편 울산바위의 모습에 일단 놀라게 된다. 그러고 나서 하산을 위해길을 찾다가 동해를 마주하게 되면 그 자리에서 한참을 앉아 있을 수밖에 없다. 저 멀리 바다로 마음속 이것저것을 던져버리자.
- P180

자기 기록을 하는 사람이 자기 삶의 중심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교사로 살면서 글쓰기를 중심에 두기로 했어요. 
- P196

자가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흔한 교훈은 박성진 씨가 보여주는 삶의 궤적을 통해 그 의미를 더욱 분명히 드러낸다. 자신이 정말로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걸음의 속도를 늦추고, 직선이 아닌 발자국을 남기면서 산책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낯설어 보이는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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