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나는 몇 가지 급진적이라 할 수 있는 변화를맞이했는데, 흔히들 사람 쉽게 변하지 않는다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사람이란 지나치리만큼 간단하게 변해버리지 않나 싶다. 
- P136

삼삼오오 모여 술기운을 곁들여서라도 애써 상기시키지 않으면 기억 속에서 영영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는 가련한 옛 추억들. 해가 묵을수록 속상한 일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많은 기록을 남겨둬야 했다. 입에서 입으로 남겨도좋고, 사진도, 글도 아무렴 다 좋다. 뭐가 됐든 더 많은 추먹거리를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때는 미처 몰랐는걸.
그저 성인이 되면 훨씬 더 재미난 일들이 마구 일어날 줄알았는걸.
- P159

나는 낭만을 언제나, 어디에나 있는 것이라 믿고 싶다.
다만, 그게 늘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언제나, 어디서나 무수히 다양한 형태로 우리들 일상에 녹아 있지만, 그러니만큼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으면 못 보고지나쳐 보내기 십상이다.
- P160

의학적으로 기억은 왜곡이 가능하다. 즉, 조작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지나간 일들이 아름답게만 기되는 현상을 향해 기억이 왜곡됐다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나야 진가를 발휘하는 낭만도 있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이란 그러한 설익은 낭만의 농도가 매우 높은 시기다. 그리고 나는 그 설익은 낭만이 가장 때깔 좋게 영근 때를 보내고 있는 듯하다.
- P161

버스에 올라타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까지 피곤에 절어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때는 잘 몰랐던 거다. 이제막 예고에 입학한 십 대와 벌써 몇 년째 같은 버스에 올라탔고, 앞으로 몇 년이나 더 그래야 하는지 장담할 수 없는어른들 사이에는 우주만큼 큰 차이가 있다는 거.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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