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당신이 서로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 우리의 사랑을 어렵게 만든다. 그 수많은 다름을 견주어보는 동시에 그 다름을 감내해내야 한다는 점이 우리의 사랑을 아프게 만든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는 평소 자신에게조차 내색하지 않던 스스로의 속마음과 마주치게 되는데, 그것은 대개 오랜 상처나 열등감 같은 것이라는 사실이 우리의사랑을 외롭게 한다.
- P94

사월, 서풍이 들면 매화나무의 흰 꽃들은 얼마쯤 바람을타고 날아가 낯선 이의 땅에 떨어질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제 이런 일은 슬프지 않게 되었습니다.
- P102

사람에게 미움받고.
시간에게 용서받았던.
- P103

오전, 남해의 한 마을에 도착한 나는 바다의 푸른빛과 하늘의 푸른빛을 번갈아가며 눈에 담아두었다. 
- P105

또 그곳에서 만난 새로운 것들 가운데 내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찾아내고 싫어하는 것들로부터 애써 마음을 피해 다니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흘려보냈다.
- P108

일상의 공간은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출발점이 되어주고 여행의 시간은 그간 우리가 지나온 익숙함들을 가장 눈부신것으로 되돌려놓는다. 떠나야 돌아올 수 있다.
- P110

나는 왜 거절도 못하고 이렇게 일을 받아두었을까 고민하다. 그것은 아마 내가 기질적으로 가난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니 한없이 우울해졌다. 가난 자체보다가난에서 멀어지려는 욕망이 삶을 언제나 낯설게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을까.
- P116

사실이 아닌 내용을 사실처럼 적어 죄송합니다. 하지만 곳곳에 흩어져 있는 여러 사실들을 모아희미하게나마 진실의 외연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몇번이고 몇 번이고 죄송한 마음을 드립니다.
- P144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런 삶의 궤적을 따라갈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꼭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다. 사상까지는 못되지만 사유하며 살아가고 혁명은 어렵지만 무엇인가를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내가 가닿고 싶어하는 어른됨 또한 그리 비범한 것은아니다.
- P146

나에게 하는 말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잘 구분이 되지앓던, 이해는 가지만 딱히 이해하고 싶지는 않았던 말들.

- P148

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고 있거나 이미 고아입니다. 운다고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도 되고 그러겠습니다.
- P157

삶은 그 어느 때보다 진실했고 간결했지만 점점 억울한 마음이 짙어졌다. 내 삶이 점점 시와 문학에서 멀어져가고 있다는 생각 탓이었다. 맹목에 가까울 정도로 썼던 습작시들은 하나도 아깝지 않았지만 이십대 초중반,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애를 쓴 시간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 P177

 다만 어떤 글은 누군가에게 읽히지 않아도 쓰이는 일만으로 저마다의 능력과 힘을 가지는 것이라 믿는다. 마치 마음속 소원처럼. 혹은 이를 악물고 하는다짐처럼.
- P180

시를 짓는 일이 유서를 쓰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아마이것은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는 것들이 이 세상에너무 많기 때문일 것이고 이 숱한 사라짐의 기록이 내가 쓰는 작품 속으로 곧잘 들어오기 때문일 것이다.
- P181

어쩌면 유서는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타인에대한 용서와 화해를 넘어 자신이 스스로의 죽음을 위로하고애도하는 것이므로.
- P183

다시 새해가 온다. 내 안의 무수한 마음들에게도 한 살씩 공평하게 나이를 더해주고 싶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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