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하든 문학을 하지 않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현실은 꽤 많은 것을 스스로 포기하게 하고 또 감내하게만든다. - P61
"사는 게 낯설지? 또 힘들지?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면 나이가 든다는 사실이야. 나이가 든다고 해서 삶이 나를 가만두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못살게 굴거나 심하게 다그치는 일은 잘 하지 않게 돼." 선생님의 이 말은 당시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던 것은 물론이고 이후에도 삶의 장면 장면마다 불러내는 말이 되었다. - P63
먼 시간과 먼 공간을 오래 생각하다보면 먹먹한 기분이 드는데 나는 이 순간이 꼭 고요하고 넓은 들판처럼 느껴지기도했다. - P67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날, 공항은 분주했고 나는 비행기탑승을 기다리고 있었다. 만약 지금도 신문에 ‘공항 동정이라는 꼭지가 있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나의 출국 목적란에는 ‘한파로부터의 도피‘ 정도로 적어야지 하는 조금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 P66
배추는 먼저 올려보냈어. 겨울 지나면 너 한번 내려와라. 내가 줄 것은 없고 만나면 한번 안아줄게. - P69
자신이 말을 하는 시간과 상대방의 말을 듣는 시간이 사이좋게 얽힐 때 좋은 대화가 탄생하는 것이라 나는 그때 김선생님을 통해 배웠다. - P74
더없이 사소한 일이고 당연한 일이지만 나는 상대가 누구든 간에 정중함과 예의를 잃지 않는 선생님의 태도를 좋아했다. - P75
이러한 상황을 소위 말하는 ‘미련‘이라는 말로 치부하고 싶지만은 않다. 다만 관계가 조금 덜 죽어서 그런 것이라고, 이러한행동 또한 관계를 잘 죽이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 P81
대부분의 연애는 상대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자신도 모르게 자라나 있을 때 시작되는 것이므로 연애의시작은 사랑의 시작보다 늘 한발 늦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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