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처형당하고 마는 걸까? 전혀 기억에도 없는 죄로 인해서. - P13
준이치의 시야가 흐려졌다. 돌이킬 수 없는 실패를 깨달았을 때의 절망감. 준이치는 이대로 돌아설까 망설였다. 그러나 그러자니너무 무책임하다. - P33
"밑도 끝도 없는 말씀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나라에서는 흉악 범죄의 피해자가 된 순간사회 전체가 가해자로 돌변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피해자를 괴롭현들 사죄하는 사람도 없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어요." - P100
어찌 보면 무모할 수 있는 우츠기의 집 방문이, 진정 난고가 경솔하게 행동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뭔가 교육적인 목적으로 준이치를 의도적으로 데리고 간 것이었을까? - P181
형법이그 강제력으로 지키려는 정의는 어쩌면 불공정한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지닌 참사관이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이 사람을정의라는 이름하에 심판하려 할 때 그 정의에는 보편적인 기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 P110
난고는 내키지 않는 듯 한숨을 쉬더니 변명하듯 말했다. "폐가 침입과 사형수의 원죄 중에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의 문제야." - P126
아무리 아들을 잃었어도 남겨진 아버지에게는 지켜야 할 생활이 있는 것이다. 매일 세 차례씩 먹고, 싸고, 자는 것. 지인을 만나면 웃는 얼굴로 인사하며, 노동으로 수입을 얻어야 한다. 그렇게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바닷가의 단독 주택에 사는 우츠기내외나 준이치의 부모도 마찬가지로 일상생활을 되풀이해 왔을것이다. 이따금 밀려오는 힘든 기억에 일손을 놓고 아무도 모르게고개를 떨구며, 준이치는 애절함을 느꼈다. - P131
범죄는 눈에 보이는 형태로 무언가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 마음속에 침투하여 그 토대를 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하고 오랫동안 되풀이해 왔던 번민이 마음을 스친다. 그때 나는 달리 어찌했으면 좋았단 말인가. 사무라 교스케의 목숨을 빼앗을 수밖에 없지 않았던가. - P131
처음 느낌은 어딘가 모르게 이상하다는 점이었다. 분명 옳은길로 가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전혀 다른 곳에 와 있는 듯한이질감. 준이치는 얼굴을 들었다. 그가 느낀 이질감은 돌연 흉폭한 모습으로 형태를 바꾸어 방심하고 있던 등 뒤로 덮쳐 온 것 같았다. - P154
처음 느낌은 어딘가 모르게 이상하다는 점이었다. 분명 옳은길로 가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전혀 다른 곳에 와 있는 듯한이질감. 준이치는 얼굴을 들었다. 그가 느낀 이질감은 돌연 흉폭한 모습으로 형태를 바꾸어 방심하고 있던 등 뒤로 덮쳐 온 것 같았다. - P154
그런 표면상의 이유 뒤에 난고와 닮은 자신이 선정된 것에는 더깊은 동기가 숨어 있을 것 같았다. 난고는 자기 자신을 죄인이라 느끼며, 그 속죄를 준이치를 통해 이루려는 게 아닐까. - P209
난고는 일어섰다. 그리고 방을 나서기 전에 뒤돌아보고 물었다. "나카모리 씨는 돼 우리 편이십니까?" 그러자 나카모리는 결연하게 말했다. "저는 정의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그뿐입니다." - P320
법률은 옳습니까? 진정 평등합니까? 지위가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머리가 좋은 사람이나 나쁜 사람이나, 돈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나쁜 인간은 범한 죄에 걸맞게 올바르게 심판받고 있는 것입니까? 제가 사무라 교스케를 죽인 행위는 죄일까요? 그런 것도 깨닫지 못하는 저는 구제 불능의 극악인일까요? 법률의 세계에는 일사부재리라는 원칙이 있습니다. 한 번 확정판결을 받은 피고인은 두 번 다시 같은 사건으로 재판받을 일은 없다는 규칙입니다. 저는 이미 이 사건으로 상해 치사죄 판결을 받아형에 복종했으니, 이제 아무도 이 살인죄로 저를 심판할 수는 없습니다. 남겨진 방법은 사형, 즉 사적인 형벌뿐입니다. 그리고 사무라 교스케의 아버지는 그것을 제게 행하려 했습니다. 제게 그 아버지를 질책할 마음은 없습니다. 제가 사무라 교스케를 처형한 것처럼 그쪽도 저를 처형하려 한 것이니까요.. - P367
"나나 너나 종신형이다." 편지를 다 읽고 난 난고는 중얼거렸다. "가석방은 없다." - P368
이 책의 저변에 깔린 큰 테마 중 하나가 "사회에 대해 어떠한부채를 지닌 인간이 이를 짊어진 채로 사회 (혹은 타인)를 위해 살아갈 수 있는가?" 하는 문제 제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P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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