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동료이자 후배인 조이팀장님이 빌려준 책이다.
이 책을 일게 된 스토리가 좀 긴데...
작년 말 조이팀장님이 무언가 문장 작성할 때나 누군가를 설득할 때 조리있게 말을 전달하고 싶고, 올해는 좀 또박또박 좋은 소리 싫은 소리 구분안하고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다는 얘기를 문자로 한 적이 있었다 (실제 여러 사람의 상황을 두루 살피는 성향이라, 내 생각엔 좋은 말로 토닥거리는 게 그분의 장점이라 생각하나, 본인은 아쉬운 점이라 생각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나 역시 스피치나 글쓰기 관련 책을 읽은 적이 없다는 자수를 했었고, 대신 작년 읽은 책 중에 문장이 간결하고 설명이나 설득을 잘하는 비문학 책을 추천했었다. 그 때 추천했던 책이 조승연 작가의 <시크하다>, 신수정 작가의 <일의 격>, 오건영 작가의 <부의 시나리오> 3권이었다. 조승연 작가의 경우 설명과 설득을 잘 하고 강연을 보면 말도 잘하지만, 똑똑함과 따뜻함을 느껴서, 따라 말하고 싶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신수정 작가의 경우 케이티 부사장, 그룹장 출신으로 영업적이지 않은 분이고 (심지어 임원이 골프도 안치시고 !) 집돌이신데, 그 자리까지 가게 된 내용이 이해될 만큼 글의 깊이가 있었고, 일에 대한 소신이나 설득, 논리가 블로그나 책에 잘 녹아 있다는 느낌이었다. 오건영 작가의 경우 비경제전공이나 경제에 대한 통찰력을 쉬운 언어로 풀어주시고, 경력을 신한은행이나 ips에서 쌓으시면서 삼프로 유튜브 등에서 정말 탁월한 논리를 펼쳤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렇게 세 권을 추천하고 나서 조이팀장님 역시 유시민 작가의 책은 알아보고 있고, 강원국 작가의 <대통령 글쓰기>란 책을 읽었는데 다시 한 번 읽겠다라는 내용을 얘기했었다. 무언가 필요한 말, 쉬운 어휘, 간결한 글쓰기, 효과적인 전달력 등 경험을 바탕으로 쓴 내용이라 빌려주겠다고 했었다. 이렇게 말 잘하기, 글쓰기 프로젝트 아닌 프로젝트가 시작 되었다. 그리고 올 초 이 책을 받았고, 조금씩 나누어 읽다가 드디어 2월에 완독!
(이 책을 읽게 된 스토리가 이렇게 길구나 !)
실제 이 책을 읽어 보니 글을 어떻게 하면 잘 쓸지 잘 나와 있다. 그런데 너무 방법이 많다 보니까, 오히려 처음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버거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글을 잘 쓴다는 건 곧 말을 잘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잘 말하고 잘 쓰려면 결국 잘 생각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생각만 하고 쓰지 않으면 결국 쓸 수 없다는 것.
마음에 남은 구절, 내 맘대로 pick.
야구 선수는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공을 칠 수 없다.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도 딱 하나다. 욕심 때문이다. 잘 쓰려는 욕심이 글쓰기를 어렵게 만든다.
- P13
앞서 욕심이 문제라고 했다. 그렇다면 글에 관한 대통령들의 욕심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어떻게 쓰느냐‘ 와 ‘무엇을 쓰느냐‘의 차이다. 어떻게 쓰느냐, 다시 말해 어떻게 하면 멋있게 있어 보이게 쓸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는 것은 부질없는 욕심이다. 그러나 무엇을 쓰느냐에 대한 고민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글의 중심은 내용이다.
- P16
글의 감동은 기교에서 나오지 않는다. 애초부터 글쟁이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쓰고 싶은 내용에 진심을 담아 쓰면 된다. 맞춤법만 맞게 쓸 수 있거든 거침없이 써 내려가자. 우리는 시인도, 소설가도 아니지 않은가.
- P17
다음으로, 상대가 있는 경우다. 그때에도 세 번 정도 생각을 했다.
첫 번째는 이 사안에 대한 내 생각은 무엇인가? 두 번째,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무슨 생각, 어떤 입장일까? 세 번째, 이 두 가지 생각을 합하면 어떤 결론이 나올 수 있을까?
- P26
몽테뉴는 『수상록』에서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잘 생각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두 대통령의 글쓰기 힘 역시 생각에서 나왔을 것이다. 정보는 널려 있다. 따라서 글감은 많다. 구슬을 꿰는 실이 필요하다. 그 실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바로 생각이다. 생각이 글쓰기의 기본이다.
- P27
몇 가지만 명심하면 횡설수설하지 않는다. 가급적 한 가지 주제만 다루자, 이것저것 다 얘기하려고 욕심 부리지 말고, 음식점도 뭐 하나를 똑소리 나게 잘하는 집을 잘 기억하지 않는가. 감동을 주려고 하지말자. 하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힘을 빼고 담백해지자.
- P68
기조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은데, 간단히 말하면 글의 ‘‘‘분위기‘ 라고 할수 있다. 예를 들면 광고에서 말하는 톤&매너 one Manner서 ,, 영화나 연극에서 얘기하는 무드, 패션에서의 스타일, 음악의 음조, 회화의 색조같은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이번 경찰의 날 연설문은 격려야, 질타야?‘
‘돌아오는 광복절 연설문은 밝게 갈 거야, 무겁게 갈 거야?‘
‘무역의 날 연설은 비장함이야? 축제 분위기야?‘
이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기조 잡기다.
- P70
기조는 크게 보면 두 가지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다. 바로 논리적 접근과 정서적 접근이다.
- P71
기조에 따라 전달 형식이 달라지기도 한다. 대통령이 담화문을 발표할 것인지, 기자회견을 통해 전달할 것인지, 연설을 할 것인지, 아니면 편지 형식으로 부드럽게 전달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한미FTA 체결과 관련해서도 기조가 설명인지, 설득인지, 호소인지, 아니면 반박인지에 따라 발표하는 형식이 달라졌다. 기조에 따라 문제도결정된다. 강건체와 우유체, 간결체와 만연체, 건조체와 화려체 중에적합한 문체를 고르게 되어 있다.
- P72
칭찬 쪽으로 정한 경우에도 일방적으로 칭찬만 하면 오히려 의례적으로 들릴 수 있다. 주된 기조로 80%, 그렇지 않은 쪽으로도 20% 정도를 안배하는 게 좋다.
- P74
글에만 기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게도 기조란 게 있다. 성격일 수도 있고, 성향일 수도 있다. 그 사람 어떤 사람이야?‘라고 물었을 때, ‘어떤‘에 해당하는 게 기조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한마디로답하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기조 잡기는 어려운 것이다.
- P74
‘한 줄 쓰고 나면 더 이상 쓸 말이 없다‘ 자료 부족 때문이다. 누구나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것만으로는 글을 쓸 수 없다. 자료 확보가 필수적이다. 소설가 김훈은 글쓰기의 최소 원칙이란 책에서 좋은 글의 조건을 이렇게 말했다. ˝정보와 사실이 많고, 그것이 정확해야 되며, 그 배열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여기서 절반이 자료찾기와 관련이 있다. 많고 정확한 정보와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 P75
글은 자신이 제기하고자 하는 주제의 근거를 제시하고 그 타당성을 입증해보이는 싸움이다. 이 싸움은 좋은 자료를 얼마나 많이 모이느냐에 성패가 좌우된다. 자료가 충분하면 그 안에 반드시 길이 있다. 자료를 찾다 보면 새로운 생각이 떠오른다. 때로는 애초에 의도했던 방향과 전혀 다른 쪽으로 글이 써지기도 한다.
- P75
그냥 버려지는 자료는 없었다.
어떤 자료는 두 번 세 번 읽어서 완벽하게 숙지했다. 중요하다 싶은 자료는 한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어려운 자료는 본인 것으로 만들어 새롭게 재가공했다.
- P77
김대중 대통령의 자료에 대한 애착에 대한 내용이다. 자료가 넘쳐나는 지금. 언제라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자료에 대한 귀한마음이 줄어든게 아닌가한다. 나만해도 무역자료, 기술자료를 모아도 숙지는 안하고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나중으로만 미루고 있다.
다른 사람의 글을 보고 참고하는 것을 꺼려할 필요는 없다. 그 글을 보면서 상상하고 변형하고 살을 붙여나가면 된다.
- P80
이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다섯 가지다.
첫째, 글을 쓸 때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둘째, 하고자 하는 이야기 간의 분량 안배를 위해서다.
셋째,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누락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넷째, 앞에 나온 얘기가 뒤에 또 나오는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다.
다섯째, 전체적인 통일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 P83~84
글의 구조(아웃라인, 골조)가 필요한 이유
또 하나. 노 대통령이 자주 썼던 방식 중에 이런 것도 있다. 총론이있고, 그 아래 각론이 있다. 총론에서 전체를 요약해준다. 그러고 나서 각론에서 하나씩 다시 애기하는데, 그 하나의 각론 안에도 총론과 각론이 있다.
- P85
사실 글쓰기를 하다 보면 애초에 계획한 대로 최종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흔치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니 첫 줄부터 짜놓고 시작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때론 백문이 불여일작이라 하지 않던가.
얼개를 짜고 글을 쓸지, 글을 쓰면서 얼개를 짜나갈지는 글 쓰는 사람의 선택에 달렸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글을 쓰면 될 것이다.
- P88
˝무엇무엇이 필요하다고 죽 나열해놓고, 하나씩 하나씩 설명한다든지, 받아치고 되친다든지, 그런 입체 구조 없이 넘어가면 글이 밋밋해집니다.˝
(노무현 대통령)
- P111
이정표
한 주제에서 다음 주제로 넘어갈 때에는 반드시 무엇에 관해서 말하겠다고 알려주는 게 좋다.
˝이번 글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구조의 틀을 먼저 보여주고, 주제마다 내가 이 대목에서는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가를 딱 내걸고 그 얘길 해야 한다는 것이죠. 지금까지 ˝서민 생활의 안정에대해 얘기했고, 그다음으로는 경제 활성화 대책‘에 대해 말씀드리겠다는 식으로 말이죠.˝ (노무현 대통령)
그러지 않으면 독자나 청중들이 길을 잃기 십상이다. 여기까지가 대전이고, 다음은 부산으로 갑니다, 잘 따라오세요. 이렇게 친절하게안내를 해줘야 한다.
- P111
˝싫증 나는 문장보다 배고픈 문장을 써라.˝ 몽테뉴만 아는 얘기가 아니다. 누구나 하는 얘기다. 최대한 단문으로 써라.
- P115
노 대통령은 점층적인 표현도 자주 썼다.
˝권력기관을 장악할 생각도 없고, 장악해서도 안 되고, 장악하는 게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 P118
두 대통령 모두 인상 깊게, 뇌리에 박히는 표현을 잘 찾아냈다. 기억하는 문구 두 개만 소개하겠다.
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 10월 일본 국회 연설에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우연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피와 땀의 결과라고 말하면서 ˝기적은기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겼다.
- P122
누구나 멋있게 끝내고 싶다. 그래서 욕심을 낸다. 하지만 마무리쯤오면 독자나 청중은 지쳐 있다.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다. 반대로, 말하는 사람은 처음에 생각나지 않던 것이 끝낼 때가 되면 떠올라 할 말도 많아지고 아쉬움도 커진다. 그래서 끝낼 듯 끝낼 듯하면저 끝내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사족이 된다.
- P131
철저히 독자가 되어야 한다.
글을 쓴 사람에 머물러 있으면 보이지 않는다. 거기서 벗어나는 것이우선이다. 그러지 않으면 쓴 이유와 배경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 합리화한다. 인정사정없는 독자가 되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미워하는사람이 쓴 글이라 생각하고 가차 없이 고쳐야 한다.
- P153
소리 내어 읽어 보자. 운율이 맞는 글이 잘 읽힌다. 어색한 부분은 읽으면서 걸린다.
- P153
‘지식의 저주‘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단순한 문제를 복잡하게말하는 데는 지식이 필요하고,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말하는 데는내공이 필요하다.˝는 밀도 있지 않은가. 아는 것은 쓰고 싶다. 힘들게쓰 것은 비리기 싫다. 지식의 저주는 마지막까지 글 쓰는 사람을 괴롭힌다.
- P179
진정성의 네 번째 조건은 행동과 실천이다.
˝그 사람이 살아온 날들을 보면 그 사람이 살아갈 날들이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주 쓰던 말이다. 중요한 것은 행동과 실천이다.
말로만 해서는 진정성을 얻을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