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편을 관통하는 이야기는 한결같다. 개와 고양이를 내세웠지만 실상 그것은 가난한 인간들의 이야기며 상처와 고통에 관한이야기다. 책 속에서 개와 고양이를 버리고 학대하는 사람들 역시 이 사회의 가장 취약지대에서 하루하루 생존을 근심해야 하는 약자다. 교과서는 약자끼리 힘을 합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현실에서 약자들은 생존 앞에 비루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인간은 생존이라는 절대 과제 앞에 으르렁대는 야수와 다를 바 없고 따라서 김중미 작가의 동화 속에서 개와 고양이와 인간은 서로 종만 다를 뿐, 벼랑 앞에 내몰린 삶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 P131
시골로 이사를 하면 사실 개를 키우고 싶었다. 새끼 곰처럼 덩치가 산만 한 커다란 개와 푸른 잔디밭을 뒹구는 꿈을 꾸었다. 그러나 막상 시골에 와 보니 개들은 목줄 하나씩을 매단 채 좁은 마당만 하릴없이 맴돌고 있었다. 인간과 친구가 되어 배고픔과 추위를 벗어나게 된 대신 자유를 잃어버린 개들이 나는 슬펐다. 이렇게 인간을 위해 길러지고, 인간에게 덕을 끼치는 동물들을 우리는 과연 얼마나 삶의 반려로 생각하고 있을까. - P132
누군가의 빈 집에는 개 한 마리가 조용히 죽어 있다. 목줄만 풀었어도 다니면서 먹이를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이삼일이면 돌아올 거라 생각했던 주인의 다급한 걸음이 원망스럽다. 아니, 이런 지옥의 풍경을 만들어 낸 인간들의 탐욕과 문명이 무섭다. 이 모든 게 단지 바다 건너 일본의 일일 뿐이라고, 우리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고 누가 말할 수있을까. 인간에 대해,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본다. - P134
사르트르는 ‘작가란 폭로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세계를 드러내고 누구도 그 세계에 관해 책임이 없다고 회피할 수 없도록 하는 문학의 힘을 저는 믿습니다. 살아야겠다는 제게 그런 소설로 읽혔습니다. 제게 문학이란 그런 것입니다. 삶에 대해 가르쳐 주고 진실과 거짓 사이, 빛과 어둠 사이, 나와 타인의 사이에 흐르고 있는 깊은 강을 응시하며 끊임없이 질문하고, 생각하게 만드는것입니다. - P136
감정을 넣어 소리 내 글을 읽다 보면 달라지는 주변의 공기를 느낄 수 있다. 눈으로 조용히 책을 읽을 때와는 다른 격렬함과 열정이 전해져 온다. 때로 그 열기가 온몸으로 퍼져 마음과함께 몸이 반응하는 독서의 또 다른 세상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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