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독서모임 책이다. 동화가 추천될줄은 몰랐다. 동화라기 보다는 어린이 문학이라고 해야할까. 다음 모임시 코로나 확진자가 많아 온라인으로 바뀌었는데, 이 책이 너무 좋아서 온라인상 토론으로 얘기가 줄어들까봐 아쉽다. 아무래도 온라인은 집중력이 떨어진다.


책은 힘든 세상이라도 살아야하는 이유를 때로는 아름답게 때로는 슬프게 말해준다.그래도 어린이 문학인데 이렇게 많은 죽음과 이별이 나올줄은 몰랐다. 그렇게 생명은 생명으로 아름다운 연대를 만들고, 아기 펭귄은 알지도 본적도 없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 바다에 가게 된다. 독서모임에서 영주 역시 이 책을 표현한다면 연결과 연대라고 했다. 나는 연대를 좋아한다. 정확하게는 선택적 연대를 하고 있다. 그런 나의 조건적인 연대에서, 이 책의 연결과 연대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어 고맙고 미안했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보면 이렇게 죽음도, 이별도 많이 나오는 동화를 읽혀도 되는 지 조금은 걱정스럽다. 나의 초등학교 입학 적, 저학년, 고학년 시절을 생각해 보았다. 충분히 읽어도 될 것 같다. 때로는 행복한 내용보다 이별도, 죽음도 조금씩 그러나 슬픔보다는 연대로 표현되는 세상을 보여주는 것도 나을 것 같다. 더 나이가 먹어서, 혹은 지금의 내 나이에서 더 느껴지는 바가 많을 법한 책이다. 동화지만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아니 어쩌면 많은 동화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전혀 느껴 지는 바가 없을 까 하진 않는다. 각각의 나이에서 발견하는 의미가 있을 거라 믿는다. 내가 어린 시절 읽었던 책의 목록이 아주 조금 생각 나는데, 초등학교 2학년이 되어 읽어 본다는 상상을 해보니 충분히 슬프지만 우정을 생각하고, 이제 친구를 만드는 걸 생각 해 볼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막연하게나마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은 코뿔소, 코끼리, 펭귄 동물들이 나온다. 동물들이 나오는데 사람들 사회에서 만나는 내가 어떻게 하지 못하는 좌절을 보여주고, 무기력을 느끼게 하다가도, 친구를 만나고,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한다. 동물들의 이야기지만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렇다고 동물들의 이야기가 아닌 것은 아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단 한 번도 코뿔소라는 동물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코뿔소의 종류가 정말 많지 않고, 인간에 의해 정말로 뿔이 잘려서 멸종의 위기를 겪고 있었으며, 이런 사냥을 양성화 하여 오히려 보존하겠다는 내용도, 그런 양성화가 오히려 문제가 된다는 내용도 발견할 수 있었다. 동물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그리고 얼마전 보았던 슈카의 유튜브에서 소와 말의 사랑이야기, 그 동물들의 사랑이야기를 빙자한 인간의 합리적인 잔혹성를 시청했다. 왜 소고기의 등급이 요즘 많이 높아졌는지가 알고 보니 인간의 나름의 합리성, 그러나 잔혹성에 의한 결과였다. (그러나 나는 어제도 소고기를 먹었고, 오늘 저녁도 먹을 예정이다. 백혈구생성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이런 글을 쓰면서도 바로 먹을 수 있다니...) 댓글을 보니 인간 보다 조금 만 더 높은 외계인이 있어 인간을 이렇게 취급한다 해도 할 말이 없다는 내용 부터 여러 내용이 있다. 일본 만화 간츠가 생각이 났다.


사람은 아니지만 나오는 동물들, 등장인물들이 너무나 애틋하다. 주인공 노든서부터, 동물원에서 태어나고 동물원에서 자랐지만 누구보다 막혀 있지 않은 사고의 앙가부. 앙가부가 노든의 잠못이루는 밤을 위해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며 긴긴밤을 견디게 해주고, 그 이야기가 아가 펭귄에게 연결이 된다. 그 이 전의 어떤 모자름도 없던 노든의 아내와 딸. 그리고 치쿠의 오른쪽 눈이 되어 주고, 죽어가면서도 알을 보호하고 치쿠를 보내주는 윔보. 자기 할말만 하고 뻔뻔스럽지만 알을 소중하게 여기고, 너무나 귀여운 수다쟁이 치쿠. 그리고 하나하나 노든에게 배워가는 아가 펭귄. 이 아가 펭귄의 이름을 노든이 지어주지 않아 안타까웠는데, 노든의 생각은 그게 아마 싫어하는 인간의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나는 어떤 연대를 만들어가며 이 웅덩이 같은 삶을 견딜 수 있을까. 때론 어느 시기가 오면 삶의 질과 수명 사이에서 선택을 하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 생각들기도 한다. 그러나 살아남아야지. 그렇게 연대를 해야지. 애리냥이 이 책의 내용을 알고 추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픈 우리들에게 생각을 하게했다. 많이 아프게 된지 이제 갓 일년이 넘었다. 시간이 갈수록 사실 몸이 힘들어진다. 그래도 목표를 세우고 사람들을 만나고 진심을나누려고 한다. 이 웅덩이 같은 삶을 어떻게 견딜까 했는데, 애리냥이 이 책을 소개해 주었다.


많은 생각이 들고, 슬프고, 따스하다.

그리고 이 책을 12월에 누군가에게라도 나누어야 겠다.



노든의 마지막에 대해서는 모르는 이가 없었다. 온 세상이 노든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노든의 처음에 대해서는 아무도몰랐다. 슬픈 것은 노든 자신도 그의 처음을 기억하지 못한다는것이다.

- P10

무리가 따르던 할머니 코끼리는 이렇게 말했다.

"눈이 멀어 이곳에 오는 애도 있고, 절뚝거리며 이곳에 오는 애도 있고, 귀 한쪽이 잘린 채 이곳으로 모는 매도 있어, 눈이 보이지 않으면 눈이 보이는 코끼리와 살을 맞대고 걸으면 되고, 다리가 불편하면 다리가 튼튼한 코끼리에게 기대서 걸으면 돼. 같이있으면 그런 건 큰 문제가 아니야. 코가 자라지 않는 것도 별문제는 아니지, 코가 긴 코끼리는 많으니까. 무리 옆에 있으면 돼.

그게 순리야."

- P12

하지만 코끼리는 무모하지 않았다. 그래서 쉽게 화를 내지 않았다. 화를 내면 그것은 곧 싸움으로 번졌고, 싸움은 죽음을 부르는 일이었다. 코끼리는 스스로의 목숨도, 남의 목숨도 함부로 여기지 않았다. 그것이 코끼리들의 지혜였다. 노든은 현명한 코끼리들이 좋았다.

- P13

사람들은 겉에 드러난 것만을 보고 믿는다. 하지만 코끼리들은 바보가 아니다. 사람들은 이런 테스트로 코끼리를 시험했지만, 코끼리는 언제나 심사숙고 끝에 스스로의 앞날을 직접 선택했다.

- P14

그는 코끼리답게, 지혜롭고 현명하게 생각하려고 했다. 무모한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 더 멀리 보고 더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게 되뇌었다. 마음을 다잡은 노든은 할머니 코끼리에게고아원에 남겠다고 말했다. 할머니 코끼리가 기뻐해 줄 것이라고생각했지만, 기대와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너에게는 궁금한 것들이 있잖아. 네 눈을 보면 알아. 지금 가지 않으면 영영 못 가. 직접 가서 그 답을 찾아내지 않으면 영영 모를 거야. 더 넓은 세상으로 가. 네가 떠나는 건 슬픈 일이지만 우리는 괜찮을 거야. 우리가 너를 만나서 다행이었던 것처럼, 바깥세상에 있을 또 다른 누군가도 너를 만나서 다행이라고 여기게 될 거야."

- P15

나는 언젠가 노든에게, 그때 고아원을 나오기로 한 선택을 후회한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훌륭한 코끼리는 후회를 많이 하지. 덕분에 다음 날은 전날보다 더 나은 코끼리가 될 수 있는 거야. 나도 예전 일들을 수없이 돌이켜 보고는 해, 그러면 후회스러운 일들이 떠오르지. 하지만 말이야, 내가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 것들도 있어. 그때 바깥세상으로 나온 것도 후회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일들 중 하나야."

- P18

혼자서는 코뿔소가 될 수 없었다. 노든이 코끼리로 살 수 있었던 것은 코끼리들이 있었기 때문이고, 코뿔소가 되기 위해서는다른 코뿔소들이 있어야만 했다. 다른 코뿔소들은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노든을 코뿔소답게 만들었다.

- P22

하늘의 별을 바라보느라 노든은 알이 살짝 움직이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조금씩 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작은 부리가 껍질을 깨고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렇게 내가 태어났다.

- P76

살아남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데도 내가 끝까지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는 치쿠와 윔보 때문이라고 했다.

"네가 어떤 기분일지 알아. 내가 그렇게 살아왔거든. 나는 항상 남겨지는 쪽이었지. 내가 바보 같지만 않았어도, 용감하게 가족을 지킨 내 아내를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몰라. 내가 다리를 절지만 않았어도, 마음씨 고운 앙가부를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몰라.

내가 조금만 더 일찍 알아차렸으면, 유쾌한 치쿠는 죽지 않았을지도 몰라. 이런 생각들이 항상 나를 괴롭게 해. 차라리 살아남은 게 내가 아니었으면, 하고 말이야."

- P80~81

"그런데 포기할 수가 없어. 왜냐면 그들 덕분에 살아남은 거잖아. 그들의 몫까지 살아야 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안간힘을 써서,

죽을힘을 다해서 살아남아야 해."

- P81

하지만 노든은 한 존재가 다른 존재에게 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내게 주었다.

- P83

하지만 나는 내가 본 적도 없는 치쿠와 윔보의 몫까지 살기 위해 살아 냈다기보다는 나 스스로가 살고 싶어서 악착같이 살아났다. 그들의 몫까지 산다는 노든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 것은 그 후로도 꽤 시간이 지나고 나서의 일이다.

- P83

적막을 깨고 별안간 노든이 웃음을 터뜨렸다.

"치쿠랑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나서."

겨우 설명을 덧붙이더니 노든은 참지 못하고 계속 웃었다. 한방 웃음이 멈추고 나서야 노든은 나머지 설명을 계속해 나갔다.

"그때도 나는 복수에 대한 생각밖에 없었어. 그런데 웬 이상한 퓅긴이 들러붙어서, 나에 대한 배려라고는 코끼리 눈곱만큼도 없이 한참을 말 한마디 않고 걷다가, 느닷없이 자기 사정만 늘어놓는 거야. 정말 제멋대로였어. 내 생각은 한 번도 물어보지도 않고,

자기 맘대로 나랑 같이 바다를 찾아야 한다고 했지."

- P87

"그치만 나한테는 노든밖에 없단 말이에요."

"나도 그래."

눈을 떨구고 있던 노든이 대답했다.

그때 노든의 대답이 얼마나 기적적인 것이었는지, 나는 알지못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우리가 서로밖에 없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그때는 몰랐었다.

- P94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이 기적이었다. 윔보와 치쿠가 버려진 알을 품어 준 것부터, 전쟁 속에서 윔보가 온몸으로 알을지켜 내 준 것, 치쿠가 노든을 만나 동물원에서 도망 나온 것. 마지막 순간까지 치쿠가 알을 품어 준 것,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에 노든이 있어 주었던 것………. 모든 것이 기적이라는 단어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때 내가 마주한 '수영'이라는 것이 그나마 기적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일이었다.

- P94

나는 절벽 위에서 한참 동안 파란 세상을 내려다보았다. 바다는 너무나 거대했지만, 우리는 너무나 작았다. 바다는 이루 말할수 없이 아름다웠지만, 우리는 엄망진창이었다.

나는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흰바위코뿔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뛰어나간 노든의 아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직 죽지 않은 연인을 뒤로하고 알을 데리고 도망쳐 나오던 치쿠의 심정을, 그리고 치쿠와 눈을 마주쳤던 윔보의 마음을, 혼자 탈출하면 무슨재미가 있겠느냐던 앙가부의 마음을, 코끼리들과 작별을 결심하던 노든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P124

두려웠다. 하지만 나는 내가 저 바닷물 속으로 곧 들어갈 것을, 모험을 떠나게 될 것을, 홀로 수많은 긴긴밤을 견더 내리라는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긴긴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무언가를 찾을 것이다.

어쩌면 언젠가 다시 노든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내 냄새, 말투, 걸음걸이만으로 노든은 나를 알아보고 내게 다가와 줄 것이다. 코뿔소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다른 팽귄들은 무서워서 도망가겠지만, 나는 노든을 알아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코와 부를 맞대고 다시 인사할 것이다.

- P125

어떻게 해도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지만, 그래도 정의해 보자면 이것은 늙은 코뿔소와 어린 펭귄의 로드무비이다. 둘의 걸음에는 고통이, 슬픔과 분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뜨겁게 붙잡아야만 하는 희망과 오늘이 있다.

길 뒤에, 듬성하고 촘촘한 둘의 기우뚱한 발자국에, 이 모든 것이 아로새겨져 있다. (심사평 중)

- P140

우리 삶에는 우리가 자초한 불행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불행도 있다. 코끼리 고아원 밖으로 나간 것은 노든의 선택이지만, 느닷없이 찾아온 사냥꾼들과 벼락처럼 떨어진 전쟁은 노든의 선택이 아니다. 전자는 내 몫으로 여기고 견딘다 해도 반복되는 후자의 고통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완벽한 저녁이 깨진 이후 노든은 복수심으로 스스로를 불태우지만 앙가부와 치쿠와 알을 통해 깨닫게 된다. 사는 것보다 죽기가 더 쉬운 세상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를. (심사평 중)

- P141~142

[긴긴밤] 속 주인공들은 우리의 삶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내 삶은 내 것이지만, 또 나만의 것은 아니기에 우리는 안간힘을 써서, 죽을힘을 다해서 살아남아야 한다. 다리가 튼튼한 코끼리가 다리가 불편한 코끼리의 기댈 곳이 되어 주는 것저럼, 자연에서 살아가는 게 서툰 노든을 아내가 도와준 것처럼, 윔보가 오른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치쿠를 위해 항상 치쿠의 오른쪽에 서 있었던 것처럼, 앙가부가 노든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들어준 것처럼. 이 작지만 위대한 사랑의 연대는 이어지고 이어져 불운한 검은 반점을 가진 채 버려진 작은 알에 도착한다.

작은 알은 모두의 사랑을 먹고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살아남아 세상으로 나온다. 윔보와 치쿠의 생명 줄을 잡고 태어난 아기 펭귄은 늙은 코뿔소와 함께 바다를 향해 걸으며 자신의 근원을 살아야 하는 이유를 듣는다. (심사평 중)

- P142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나를 향해 있던 모든 이의 긴긴밤을그 눈물과 고통과 연대와 사랑을 이제 어린 펭귄은 자기 몫의 두려움을 끌어안고 바닷속으로 뛰어들 것이다. 홀로 수많은 긴긴밤을 견뎌 낼 것이며, 긴긴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무언가를 찾을 것이다. (심사평 중)

- P144

힘들고 무서워도 도망가지 않고 소리 지르고 울면서 똥을 뿌리는 것이 최선임을, 다리나 눈이 불편한 친구를 놀리는 것이 아니라 그의 불편한 다리와 눈 옆에 자연스레 서는 것이 순리임을, 그렇게 나와 친구를 지키는 것이 더러운 웅덩이를 별빛같이 만드는 일임을 알고 서로에게 기대어 오늘을 버티고 내일로 힘차게 나아가기를. 그러다 보면 언젠가 우리는 다시 인사하게 될 것이다. 코와 부리를 맞대고 눈과 눈으로, 마음과 마음으로, 영혼과 영혼으로.

(심사평 중)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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