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제 돌아갈 수 없어. 너도 알고 있잖아, 그렇지? 숲 밖으로 나가도 안개는 언제든 찾아올 거야. 평생 도망치며 살 수는없어. 나오미 너는 그럴 수 있지만, 난 그럴 수 없어. 내가 마지막으로 진실을 확인하게 해줘"  - P18

"그럴 땐 역시 ‘생물 다양성‘이지. 생물 다양성이 우릴 구원할거야. 더스트 종식 이후 가장 먼저 재건된 지역도 생물 다양성이잘 보존된 지역이었다. 뭐 이런 얘기라도 써놔야지. 더스트 폴이또 터질 수도 있다고 겁도 좀 주고"
- P30

수연의 반응은 조심스러웠다. 노인들을 주로 상대하는 수연은 다른 지역에 비해 온유에 사는 공헌자 노인들이 좀더 품위 있고, 친절하고, 대하기가 까다롭지 않은 고객들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것이 그들이 정말로 존경받을 만한 사람들인지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전부 나쁜사람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고 수연은 덧붙였다.
- P63

더스트 시대에는 이타적인 사람들일수록 살아남기 어려웠어.
우리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후손이니까. 우리 부모나 조부모 세대 중 선량하게만 살아온 사람들은 찾기 힘들겠지. 다들 조금씩은 다른 사람의 죽음을 딛고 살아남았어. 그런데 그중에서도 나서서 남들을 짓밟았던 이들이 공헌자로 존경을 받고 있다고, 그게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거든. - P63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해가 될 것 같다가도 혼란스러워지곤했다. 당장 목순이 걸려 있다면, 죽음 앞에서 누구나 이기적인선택을 할 텐데,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수연의 말대로 아영 자신이 ‘이타적이지 않은 사람들의 후손‘이어서 그런 것일까. 생각이 꼬리를 묻다보면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갔고, 결국은 더스트 이후에 태어난 모든 사람에게는 원죄가 있는 것인가 하는, 심오한 생각에 빠져들었다.
- P64

"이건 아이들 앞에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구나. 어쨌든 그들이 있어서 인류의 명맥이 이어지긴 했으니까. 세계가 망했으면 좋겠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속 편한 소리지. 정말로 세계가망한 와중에 살아남은 사람으로서는 할 자격이 없는 말이야."
- P75

"할머니는 타운의 어른들이 위선자라고 말했지만, 어른들만그런 건 아니에요. 아이들도 다 조금씩 비겁하거든요. 여기 아이들은 제가 내년이면 여길 떠난다는 걸 알아서 저를 더 쉽게 괴롭혀요. 도와주는 애들도 없고요. 정작 그러면서 타운 어른들에 대한 비난은 잘 거들죠. 그래서 전 사람은 누구나, 모두 엉망진창이라고 생각했어요. 자기 위치에 따라 좋은 사람인 척할 뿐이라고요." - P76

"나도 어느 순간 깨달았지, 싫은 놈들이 망해버려야지, 세계가 다 망할 필요는 없다고, 그때부터 나는 오래 살아서, 절대 망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단다. 그 대신 싫은 놈들이 망하는 꼴을 꼭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지."
- P77

"아영, 원래 위대한 이야기는 다 실패를 무릅쓰고 시작되는 거예요. 고작 그 정도로 망설여서야 되겠어요?"
- P98

"그래도 그 눈에 띄는 호버카는 어떻게든 좀 숨기는 게 좋을거다. 사냥꾼들에게 들켜 죽는 게 아니면 우리가 훔쳐갈 거니까."
- P121

나는 곱슬머리를 노려보다가 침묵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히 물정 모르는 어린애로 보인 게 분명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악의를 가진 게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음식도 약품도 나눠주지 않았지만, 어쨌든 최선의 호의를 베풀고 있었다.
떠돌이가 떠돌이에게 베풀 수 있는 최대한의 호의를.
- P127

하루는 대니와 야닌, 밀리어,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돔밖을 떠돌다가 폐쇄된 연구소 마을을 찾아냈다. 나는 하루와 대니가 아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는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을 함께 견딘 사이에 가까웠던 것이다.
나는 내가 알지 못하는, 둘 사이의 어떤 복잡한 감정들을 생각하다가, 내가 아마라에게 가진 양가적인 마음을 떠올렸다. 나는아마라에게 미안했고, 고마웠고, 가끔은 아마라가 미웠다. 아마도 대니와 하루 사이에도 그런 마음들이 쌓여 있을 것이다.
- P175

"눈에 보이는 건 떠돌이들이 이미 건져가고 폐품만 남은 곳을목적지로 삼지. 프림 빌리지에 대해 누군가 눈치채면 곤란하니까. 그런 폐허를 걷다보면 아주 이상한 생각이 들어. 타인의 무덤을 파헤쳐서 이곳의 삶을 쌓아올리고 있다는 생각, 더스트 폴이후로 세상은 예전보다도 더 모순으로 가득해진 것 같아."
- P186

그 표정을 보면서, 나는 막연히 생각했다. 나에게 좋은 사람이타인에게는 아닐 수도 있다고, 어쩌면 지수 씨가, 나와 레이첼에게 그런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 P193

 하루는 마치 어른처럼 괜찮아. 이런 일들은 예전에도있었어" 하고 말했지만, 나는 이런 균열들이 결국 이 마을에 낫지 않는 흉터를 남길까봐, 그리고 이곳을 마침내 파괴해버릴까봐 두려웠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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