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넓얕 팟캐스트 초기 시절부터 거의 베프 만나는 마음으로 들었다. 여우 만나러 가는 어린왕자처럼 인생의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힘들던 시대에 친구이기도 했다. 정주행을 모자라 같은 방송을 몇 번을 들었으니 당연히 지대넓얕 1,2권이 나왔을 때 당연히 사서 읽고, 이후 시민의 교양이나 열한계단,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김도인의 숨쉬듯 가볍게까지 당연히 반갑게 읽었다.

그런데 지대넓얕 팟캐스트가 점점 포맷화 되고, 조금은 처음보다 달라지기도 하고 (이게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물론 후반기 시절 이런 이유로 지대넓얕을 떠나던 이유이기도 했지만, 나는 그렇진 않았다.), 그리고 패널들이 좀 지친것 같다는 느낌도 들고. 그러면서 중복되게 혹은 이후 접하던 채사장의 책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팟캐스트하고는 다른. (김도인의 숨쉬듯 가볍게는 무언가 몇 에피소드들의 deep한 연장선 같아서 이건 또 별도의 느낌이다.)

시민의 교양까지는 약간 갸우뚱 했던 것 같지만, 그래도 채사장 특유의 깔끔한 정리로 인문학 입문에는 좋았다. 물론 이런 점이 지대넓얕을 까는 이유가 되기도 했지만, 난 그 특유의 일반화 시키기가 좋았고 친절했고 잘 몰라도 괜찮다는 배려로 느껴졌었다. 그리고 열한계단을 읽으며 많이 울었다. 그러나 지금은 열한계단 이야기가 아니니까 일단 넘어가고.

다시 제로로 돌아와서. 제로는 밀리의 서재로 작년에 먼저 읽다가 밀리의 서재 구독을 끊느라 완독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올 해 읽게 되었다. 앞에 길게 이야기를 쓴 이유가 있다. 분명히 작년에 읽을 때만 해도 큰 감명을 받았고 (?) 올 해 읽었을 때도 새로운 관점은 너무좋았다. 좋다. 정말이다. 그런데 뭔가 아쉬움이 크고 예전만큼 좋지는 않았다. 분명히 제로는 1,2권 대비 좀 더 완성도가 있고 깊긴하다. 그런데 1,2권이 비판을 들으면서도 나름의 가벼운 그 느낌에 대하여 설득할만한 논리가 있었다면 0권 제로는 그 반대이다. 가볍지는 않은데, 예전에 비판한 자들에게 느껴지던 배타성이 느껴진다. 무언가 읽다가 갑자기 논리가 아닌 채사장의 결론으로 쑥 끌려 올라가다가, 이게 맞다 라고 강요를 당하는 느낌이라. 이 고집이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진다. 관련하여 역시 예전 지대넓얕의 애청자였던 (그러나 비판은 있었던) 친구와 얘기를 했는데,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어떤 부분이 어떻다라고 말하기엔 얘기가 깊어지는데, 점점 뒤로 가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내가 사랑했던 지대넓얕이고 내 베프였기에 할 말이 없는것은 아니지만 그냥 그 스스로를 인정하고 그런가보다 하면서, 여전히 애정은 남아 있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지대넓얕은 친구니까. 맘에 다 드는 게 아니더라도 그렇게 옆에 있다가 또 어느 날에는 흘러왔던 시간들이 고마웠기도 하고 그럴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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