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에서 3월 책으로 추천 된 책이다. 분명 오래 전 한참 파트라크 쥐스킨트가 열풍일 때 읽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없다. 아마 너무 오래 되었거나, 다른 파트라크 쥐스킨트의 소설처럼 난해함에 잊고 싶은 기억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의 신판이 나왔고 제목도 정정, 옮긴이도 달라졌다고 한다. 새로운 제목은 [콘트라바스]. 제목이 바뀌면서 처음 알았다. 일반적으로 부르는 악기 이름 콘트라베이스의 원래 이름은 콘트라바스 혹은 더블베이스이며, 콘트라베이스는 약간 무국적의 명칭이었다고 한다. 더블베이스라고 불리는 건 알았는데 콘트라바스라는 이름은 왜 이리 어색한지 모르겠다. 아마도 콘트라베이스가 콘트라바스와 더블베이스를 섞은 게 아닌 가 싶다. 맥도리아나 롯데날드 같은 느낌이랄까. 그러나 나는 알라딘 중고로 옛 버전의 콘트라베이스를 읽었다.
상당히 얇은 책이라 줄거리 역시 너무도 단순하다. 국립오케스트라 단원이며 콘트라베이스 (콘트라바스가 아닌 옛 버전의 제목을 따라 콘트라베이스라고 하겠다) 연주가인 주인공의 직업에 대한 한탄과 짝사랑하는 여인이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힐난 (?)을 독백으로 표현한다. 책의 이런 양식이 너무 낯설었는데, 실제 모노드라마로 연극 공연을 하는 작품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는데 많이 힘들었고, 내가 힘들었던 건 이제와 생각해보니 모노드라마 형식보다는 주인공의 성향, 성격, 마음가짐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일단 주인공이 너무 본인의 대한 반성은 없이 모든 것을 마음대로 단정짓는 게 너무 꼰대 같았고, 무책임해보였다. 그냥 내 스타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주인공을 mbti로 하면 어느 타입일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심리적으로 너무 부정적이고 불안해 보였는데 연민이 들기 보다는 인간관계를 직접 맺었으면 차단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주인공도 누군가에게는 이해될 수 있는 사람일 수 있다니 사람은 다양하고 서로 존중해야 하는 게 맞나 보다. 당연히 내가 힘든 것처럼 다른 사람도 읽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 아닌 걱정을 했다. 그런데 어쩐일. 독서모임에서는 거의 반반정도 갈렸다. 반 정도는 힘들어했고, 반 정도는 직업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도 가고 좋아하는 분위기. 사실 중고 책으로 사고 나서 얼마전 다음 달 책 정리시 중고 서점에 다시 팔았는데, 기회가 된다면 다시 읽어 보아야겠다. 그럼에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좋았던 게 뭐였을까 하는 기대감과 연민으로 다시 읽어 봐야겠다. 작가가 약간 기인 같은 느낌인데, 쥐스킨트가 말하고자 하는 바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삼독의 기회를 만들어 봐야지. 올 해는 말고.
<인상적인 구절>
그렇지만 오케스트라에서는 희망이라곤 전혀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곳에는 냉엄한 능력별 계급제도, 옛날 옛적에 내려진 결정을 그대로 고수하는 잔인한 계급 제도, 재능에 따른 냉혹한 계급 제도, 진동음과 음의 빛깔에 따라 절대로 번복 불가능하기도 한자연의 질서이며, 물리적인 계급별 차별화 제도 등이있을 뿐입니다. 여러분 절대로 오케스트라에는 들어가지 마십시오! …….
-P65
(이 구절이 좋았던 건 오케스트라 뿐 아니라 많은 현대의 조직이 그런 것 같아, 이 하루하루 고달픈 싸움에 연민과 동료애가 느껴져서다. 그리고 오케스트라는 무언가 본인이 원하는 예술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며 오케스트라가 한 사람의 직업이고, 수석 연주가 , 다음 레벨 등 상당히 조직적이구나 라는 생각을 들며 갑자기 응원을 하고 싶어졌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