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안을 잘 들여다보면 삶은 ‘이런 식‘과는 딴판으로 보인다. 평범한 날, 평범한 사람의 마음을 잠깐 살펴봊ᆢ. 그 마음은 수만 가지 인상을 받아들인다. 사소한 인상, 놀라운 인상, 순간적인 인상, 강철에 새기듯이 뚜렷한 인상, 수많은 원자가 한없이쏟아져 내리듯이 사방에서 쏟아진다. 그렇게 쏟아져 내릴 때, 그렇게 월요일이나 화요일의 삶의 면모를 이룰 때, 그 강조점은예전과는 다르다. 중요한 순간은 여기가 아니라 저기에 있다. - P188
삶이란 대칭을 이루며 놓인 마차의 불빛이 아니다. 삶은 빛을 발산하는 후광이자, 의식의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를감싸는 반투명의 봉투다. 아무리 상궤(常軌)를 벗어나고 복잡해보일지라도 이렇게 순간순간 변하는, 가둬지지 않는 미지의 정신을 가능한 한 이질적이거나 외적인 요소를 섞지 않고 전달하는 것이 소설가의 임무가 아닐까? 단지 용기와 진지함이 요구된다는 뜻이 아니다. 소설에 적절한 재료는 우리가 관습에 비추어 믿는 바와는 조금 다르다는 말이다. - P188
모든 위대한 러시아 작가들에게서 우리는 성인의자질을 알아본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과 그들을 향한 사랑, 영혼의 가장 가혹한 요구에 값하는 어떤 목표에 도달하려는노력이 성인의 자질을 이룬다면 말이다. - P193
소설의 적합한 내용‘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 P195
그래서 세상에 나오는 것은 다들 마땅히 기대하는 진솔한 진실이 아니라 수필의 형식을 빌려 소심하게 곁눈질하는 글일뿐이다. 게다가 대부분이 진정성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덕목을 결여하고 있다. - P204
과거에는 희극이 인간 본성의 결함을 재현하고 비극이 실제보다 위대한 모습의 인간을 그려낸다고 보았다. 하지만 인간을진실하게 그려내려면 희극과 비극의 중간쯤 위치를 잡아야 할테고, 그 결과물은 희극이라기엔 너무 진지하고 비극이라기엔 너무 불완전한 어떤 것이 될 듯하다.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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