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그대 표정에 정 떨어졌소"라는 말을 어디서 듣더라도 상처 받지 않을 것 같다. 정 떨어지는 표정을 두고 매력‘이라 말해준 속 깊은 우정을한번 가져본 적 있으니 말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선사한 이해의 선물은 이토록 값진 것이다.
- P187

미래가 오래 조속되는 것이라면, 그 모든 비극에도 여전히 삶이 아름다울 수 있다면, 아픈 배움들이 너무 늦은 것은아니기를, 오늘보다는 내일 더 사랑하며 살 수 있기를 소망한다. (루이 알튀세르.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를 인용하며)
- P192

갖가지 기억들을 길어내어 글로 쓰면서도 끝내 건드리지못할 어떤 시기가 있었다. 버둥거리던 나는 어느 고래 등에 올라 그 시간을 횡단해 대지에 다시 발 디뎠다. 이제는 내륙깊숙이 들어온 듯도 하다. 그렇지만 행여 큰 풍랑이 일어 나의 고래가 파도에 떠밀려오면, 해변에서 그를 발견할 수 있도록 내 마음이 바닷가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지지는 않기를바란다. 나의 힘이 밀알보다 작음을 인정하고 큰 코끼리를불러올 엽렵함을 갖기를 소망한다. 무엇보다 내가 은혜 갚은생쥐 역할을 못해도 괜찮으니 그 고래는 일생 동안 풍랑 같은 것을 만나지 않기를 기원한다.  - P197

그악스럽게 오늘을 살아내는 우리 역시 서로에 대해 그러리라. 그렇게 믿으려 한다. 약한 척하더니 생명력 하나는 끝내준다며 함부로 냉소하는 대신 안도의 숨을 내쉴 거라고말이다.  - P217

어두운 터널 끄트머리에 이르러서야 우리는 깨닫는 듯하다. 어떤 의미에서 그터널이야말로 찬란했음을, 그리움에 사로잡혀 뒤돌아보던우리 머리 위로 반짝이는 순간들이 하늘의 별처럼 가득했었다는 사실을, 이 역시 훗날 또 다른 그리움으로 남을 것임을.
나는 안다. 끝이라 생각해온 이느 지점은 끝이 아니다. 거기에 빛나는 것들이 새로이 채워 넣어질 것이다. 두근거리며 기다릴 무엇이 더는 남아 있지 않을 것만 같은 시기에도 우린 저마다 아름다운 시절을 하나 더 통과하는 중일 수 있다.
어쩌면 오늘도 그럴지 모른다.
- P241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창 상담 모드로 들어서 있던 나는 무방비상태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내가 선생인데, 뭐든 내 쪽에서 해주어야 하는데 하며 울먹였다. 위로의순간은 도둑처럼 왔다. 도움과 조언을 내줄 태세를 갖추고대기하던 중에, 뜻밖의 상대로부터 기습적으로, 손윗사람의표정과 자세로 나는 아이처럼 울었다.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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