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의자를 접으며 이것을 다시 대회의실에 가져다 놓을까, 하다가 그만뒀다. 한순간이라도 사무실에서도망쳐 있고 싶은 누군가에게 이 의자가 유용하게 사용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쩌면 직장에 다니고 있는 모두에게 이렇게 의자가 놓인 작은 방 하나쯤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마지막으로 보일러실의 문을닫았다. - P130
나는 예전부터 한아와 같은 사람들을 애정해오고 동경해왔는데, 실은 내가 그런 삶의 철학이나 기준이 전혀 없고 설사 있다고 한들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P179
그러나 친구들이 원하는 대답(당장 때려치워)을 속 시원히 해주지는못한다. 나만 해도 회사를 다닐 때는 퇴사만 하면 행복의 비단길이 펼쳐질 것이라 믿었지만, 정작 회사를 뛰쳐나와서 더 나아진 것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받던 봉급에 준하는 돈을 벌기 위해서는 그에 비견하는 노동량과 만만찮은 스트레스를 견뎌야 하며 돈은 어떤 방식으로든 인간을 비참하게 만들기 마련이다. - P255
아침 일찍 출근해서 싫은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억지로만들어지는 루틴이 때로는 인간을 구원하기도 한다. 싫은 사람일지언정 그가 주는 어떤 스트레스가 긍정적인자극이 되어주기도 하며, 한 줌의 월급은 지푸라기처럼 날아가버릴 수 있는 생의 감각을 현실에 묶어놓기도 한다. 밥벌이는 참 더럽고 치사하지만, 인간에게, 모든 생명에게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생이라는 명제 앞에서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바위를어진 시시포스일 수밖에 없다. - P256
다만 내게주어진 하루를 그저 하루만큼 온전히 살아냈다는 사실에 감사하기로 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와 같이 하루를살아가고 있는 당신, 어떤 방식으로든 지금 이 순간을버티고 있는 당신은 누가 뭐라 해도 위대하며 박수받아 마땅한 존재이다. 비록 오늘 밤 굶고 자는 데 실패해도 말이다. - P2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