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두를 향해 걸어가는 동안 어둠을 덮쳐 활짝 열어젖히는 빛처럼진실이 환하게 드러났다. 그녀가 지금까지 해럴드를 떠나지 않고 살아온 이유는 데이비드가 아니었다. 심지어 남편이 안쓰러워서도 아니었다. 그녀가 떠나지 않은 것은, 해럴드와 있을 때 아무리 외롭다해도, 그가 없는 세상은 훨씬 더 황량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 P147
그는 입을 다물었다. 마르티나도 입을 다물었다. 해럴드는 자신이 털어놓은 것이 안전하게 보존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퀴니와도 마찬가지였다. 차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도, 그녀가 그것을자신의 생각들 사이 어딘가에 안전하게 챙겨 둘 것이라고, 그것으로자신을 심판하지 않을 것이라고, 앞으로 언젠가 그 이야기를 들이대며 자신에게 맞서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할 수 있었다. 그는 우정이그런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그런 우정 없이 살아온 그 모든 세월을후회했다. - P180
그는 자신이 그녀 혼자를 버려 두고 가는 것이 아니기를, 오직 개와 등산화 몇 켤레만 남겨 두고 가는 것이 아니기를 바랐다. 그녀의 손님이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지만, 약간 이해한 뒤에 다시 떠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 P185
해럴드는 이제야 그의 여행이 진짜로 시작되었다고 믿었다. 전에는 버윅까지 걸어가기로 결심한 순간 시작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자신이 순진했음을 알게 되었다. 시작은 꼭 한 번이 아닐 수도있었다. 다른 방식으로 다시 생길 수 있었다. 반대로 뭔가 새롭게 시작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전에 하던 일을 그냥 계속 하고만있을 수도 있었다. 그는 자신의 약점과 직면하여 그것을 극복했다. 따라서 진짜 걷기는 이제야 시작된 셈이었다. - P198
해럴드는 봉투를 집어 들었다. 진실이 무시무시한 무게로 곧장그를 관통하면서 모든 것이 박살 나 버리는 것 같았다. 지금 날씨가견딜 수 없을 정도로 더운 것인지 아니면 얼어붙을 듯이 추운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돋보기를 다시 만지작거리며 그동안 보지못했던 것을 이제야 보게 되었다. 그가 지금까지 쭉 잘못 생각하고있던 것. 어떻게 이런 것을 깨닫지 못했을까?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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