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팥빵이의 물건들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건 윤주만의 비밀이었다. 밥그릇은 그렇다쳐도, 죽은 고양이의 플라스틱 화장실까지 버리지 못하는 걸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사실 윤주 자신도그런 자신을 온전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플라스틱 화장실에도 팥빵이의 존재가 여전히 붙어 있는 것 같다는 말을 윤주는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다.
- P11

인간은 그런 동물이다. 아니,
그럴 수 있는 동물이다. 배신할 수 있는 동물, 자신의 배신이 온전히 약한 생명에게 죽음을 가져올 수 있다는 걸알면서도 그럴 수 있는 동물.
- P13

팥빵이를 키울 때, 윤주가 가장 두려워했던 건 팥빵이를 잃어버리는 일이었다. 죽음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실종은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키우던 동물을 잠깐의실수로 잃어버린 사람들의 사연을 읽으며 윤주의 가슴이두근거렸다. 이미 팥빵이는 세상에 없는데도, 마치 여전히, 자신이 팥빵이를 잃어버릴 수 있는 사람인 것처럼.
한 달이 지났지만 고양이를 찾는다는 연락은 오지 않았다.
- P14

 그녀가 올린 글을 모두 읽고 나서, 윤주는 얼굴에 흐른 눈물을 닦았다. 그녀는 이 끝이 어떨 것일지를 다 알면서도, 다시 시작하려 하는 사람이었다.
- P21

밤을꼬박 새웠지만 고양이는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둘째 날,
주차장이 차들로 꽉 찬 늦은 밤에야 몸통과 꼬리를 잔뜩낮춘 쿠키가 슬금슬금 나타났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흰 고무줄을 두른 것처럼 목둘레에서 잠깐 끊어지는무늬, 네발 끝에 살짝 걸쳐 신은 듯한 흰 양말, 왼쪽 콧구멍 바로 아래에 있는 코딱지처럼 작고 까만 점, 세상에서지나는 조심스럽게 쿠키를 안아 이동장에 넣었다. 그렇가장 맑은 사파이어 색 눈동자. 그 눈동자가 지나를 보더니 까맣게 열렸다. 지나는 고함을 지를 뻔했지만 입을 틀어막으며 참았다. 두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쿠키야."
목이 메어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겨우 불렀다. 쿠키가 작게 아앙, 하더니 다가와 지나의 다리에 몸을 비볐다.
게 거짓말처럼 쿠키가 돌아왔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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