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끝났지만 삶은 끝나지 않았다. 몇 년 후 그들은 다시 만났다. 쥘리는 남편에게 생 프뢰를 친구로 소개하고, 남편은 두 사람의소중한 관계를 받아들인다. 그들의 방해받은 사랑은 거꾸로 끊임없는도덕 단련의 계기가 되었다. 루소는 사랑을 남녀 간의 정념의 문제에서 인생을 제대로 잘 살아가기‘라는 실천철학의 실천 과정으로 바꾸었다.
- P70

텅 빈 듯 보이지만 작은 붓질로 채워진 벽, 바닥, 하늘…… 그녀를 둘러싼 그림 속 모든 것들은 그녀의 얼룩진 삶을 닮았다. 크게 나쁘지도 않았지만 썩 좋지도 않았고, 큰 사고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쉽게 지워 낼 수 없는 기억과 상처가 자잘한 얼룩으로 남아 있는 여인의 삶.
- P79

마이클 커닝햄의 소설 『세월의 주인공 로라 브라운은 그림 속여인처럼 홀로 낯선 호텔에 들었다. 그날은 남편의 생일이었다. 낯선호텔에서 남편을 위한 서프라이즈 파티를 기획한 것도 아니고, 남편의 눈을 피해 애인을 만나기 위해서도 아니다. 로라가 간절히 원한 것은 오직 책을 읽을 수 있는 두세 시간이었다.
- P82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바로 버지니아 울프(1882-1940)의소설 『댈러웨이 부인이다. 삶. 런던. 6월의 이 순간"이라는 소설의 마지막 대목을 곱씹었다. 로라는 그토록 아름다운 글을 쓰고, 또 삶을열정적으로 사랑했던 여류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무엇이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가?
- P84

라처드의 상처를 잘 알고 있던 클래리사는 로라를 보면서 복잡한 심경으로 ‘희망‘에 관해 다시 생각한다. 로라의 희망에 관해, 그리고 자신의 희망과 행복에 관해, 도시에 모여든 사람들의그림 속의 그녀는 마치 우리가 알몸으로 세상을 나오듯 그렇게빛을 향해 이끌리듯 섰다. 지리멸렬한 가운데서 살지 않을 수 없고엇갈리는 희망들에 대해서.
또 아무것도 보장되어 있지 않지만, 삶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고 희망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삶은 그다지 빛나는 것도, 그렇게 어두운 것도 아니다. 무수히 많은 명암이 교차하는 가운데 각자는 자신의 삶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때로는 타인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삶을 강렬하게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옳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삶을 사랑하는 만큼 희망해야 한다. 희망은 삶을 사랑한다는 가장 확실한 징표이니까. 늘 그래 왔듯이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그냥 뜬다. 그 태양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각자가 거기에 부여하는 의미이다. 소설 속 댈러웨이 부인 클래리사는 말한다. "그래도 우리 인간은 도시를, 그리고 아침을 마음에 품는다. 무엇보다도 우리 인간은 더 많은 것을 희망한다." 그래서 인간인 것이다.
그 어떤 무엇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것, 삶에 대해 끊임없이 희망을갖는 것, 그것은 살아 있는 인간이 해야 할 유일한 일이다.
- P8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