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을 차분하게 받아들이라는 것은 앤에게 천성을 바꾸라는 말과 같았다. 하지만 앤이 그렇듯이 ‘순수한 영혼에 불처럼 뜨겁고 이슬처럼 맑은 사람에게는 언제나 삶의 즐거움과 괴로움이 강렬하게 찾아왔다. 마릴라도 이것을 알기에 막연하지만 걱정이 되었다. 세상을 살면서 반복될 기쁜 일과 슬픈 일들이 이 충동적인 아이에게얼마나 힘겨울까, 똑같은 크기로 기쁨이 다가온다 해도 과연 고통이지나간 자리를 치유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말이다. 그래서 마릴라는 앤을 차분하고 평온한 성품의 아이로 키우는 게 자신의임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얕은 개울 위에서 일렁이는 햇빛을 마주하는 것만큼이나 낯설고 불가능한 일이었다. 서글프지만 마릴라스스로도 인정했듯이 앤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 P316
"앤, 넌 네가 어떻게 할지만 너무 많이 생각하는 게 탈이야. 너 말고 앨런 부인을 생각해라. 어떻게 해야 앨런 부인이 가장 좋아할지,
가장 즐거워할지 말이다."
마릴라가 평생을 살면서 가장 유익하고 명쾌한 조언을 했다. - P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