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레이첼 린드 부인이 제대로 충격을 받다
상심하지 않아요. 나는 일단 마음 먹으면 잘 흔들리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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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라는 어떻게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려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입에서 나온 말은 그때도 놀라웠지만 나중에 돌이켜 봐도 기가 막힐 만한 것이었다.
"외모를 가지고 아이를 비웃으면 안 되죠, 레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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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오래된 기억 하나가 마릴라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주 어렸을 때 친척 아주머니 한 분이 마릴라를 보고 어떤 사람에게 "어쩜 저렇게 까맣고 못생겼는지 가엾기도 하지"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날 입은 마음의 상처가 아물기까지 꼬박 50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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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라는 분노로 출렁이는 앤의 가슴에 묵직한 한마디를 던지고는 복잡하고 괴로운 심정으로 부엌으로 내려갔다. 앤에게 화가 난것만큼 자신에게도 화가 났다. 말문이 막힌 린드 부인의 표정이 떠오를 때마다 웃음이 나와 입이 씰룩거렸고,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알면서도 크게 한바탕 웃고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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