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3 70주년을 맞은 제주의 올레길은 애도의길이다. 절경의 올레 코스마다 4·3 흔적이 없는 곳 없다. 겨울에서 봄까지 생명력을 자랑하는 동백꽃길, 화들짝 봄 을 편 벚꽃길, 샛노란 유채꽃길, 4·3평화공원의 꽃등처럼켜진 백목련길을 걷는다. 꽃길을 걷지만 마음은 꽃길이 아닌 시대를 살았던 이들을 생각하며 그 길을 걷는 사람이 많아졌다.
77-78p 애도의 길을 따라서
죄 없는 게 죄였던 시절이었지. 84p 그날 이후, 양하를 입에 대지 않았다.
자욱한 적막의 끝에 꽃은 피었다. 무자년 그해 겨울, 위험한 시절을 눈치챈 꽃들도 눈을 뜨다 숨죽였으리. 해서, 제주의 4월은 찬란하나 무참하다. 그 시절,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다. 95p 죄 없는 게 죄였던 시절
제주 어르신들이 많이 쓰는 말에 ‘살암시민(살다보면) 살 아진다‘가 있다. 살다보면 살 수 있다는 말씀이다. 이것과 더불어 많이 쓰는 말이 사난 살앗주(사니까 살았다)‘다. 어 떤 순간에도 살아가야 한다는 것, 한 생의 축약이다. 스스 로 한 생을 끌어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러시아에도 이 와 닮은 속담이 있던가.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고.
107p 살암시민 살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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