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앞뒤가 안 맞는다는 생각에 좀하식해서 웃음이 나왔고, 그다음에는 심각해졌다. 그렇게 심각해지면서 내 사춘기가 시작됐다. 33p
그 표정들은 서로 모순적이었다. 다정한 동시에 쌀쌀맞았으며 동정적이면서도 냉담했다. 그러므로 그표정들에서 내가 읽을 수 있는 건 혼란뿐이었다. 거기에 의미는 없었다. 33p
이따금 내 쪽을 힐끔거리다 눈이 마주치면 그녀는어색하게 웃었다. 그럴 때면 상처처럼 양볼에 보조개가 들어갔다. 그 보조개의 의미란 이런 것이었다. 그녀에게도 눈부신 시절이 있었다는 것, 하지만 그 시절은 이제 다 지나갔다는 것. 35p
살아오면서 나는 단 한 번도 100퍼센트의 엄마를 가져본 일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33.3퍼센트의 엄마가 위안이 되는 건 아니다. 엄마는 어떤 경우에도 100퍼센트의 엄마여야만 하니까. 그렇지 않다면 없는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진 속에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333퍼센트의 엄마가 100퍼센트의 나를 안고 어떤 나무 앞에 서 있다. 42p
돈이 없어서 며칠 동안 굶고 다닌 사람에게는 길에 굴러느 동전 한 닢도 너무나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단 하나의 과거도 없는 내게는 아무리 터무니없고 불합리하며 비이성적일지라도사소한 단서 하나하나가 소중했다. 하찮은 사실 하나를 지키기 위해 상식적 세계 전체와 맞서야만 하는 순간도 찾아오리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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