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가 없다. 선량하다고 해서 바보 취급을 당하는 걸 용납해선 안되다. 나는 발톱을 세우고 이빨을 드러냈다. 허물없는 대화가 가능하던 멋진 율리아가 이토록 뻔뻔하고 멍청한 인간이었는가, 아니면 그저 순진한 탓일까? 슈테판이 우리 둘 중 누구에게 카드를 쓴 건지 율리아도 분명히 알았을 텐데.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노릇, 망연자실한 채 순그는 율리아가 제정신이 들도록 얼굴이나 팔뚝을 할퀴어버릴까도 생각했지만 스타킹에 줄을 가게 하는 정도로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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