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턱에 앉아 있는 네게 율리아가 - 그 동안 그녀가 네게 잘 길들여졌기를 바란다 - 이 편지를 네게 읽어주며 곧 우리가 다시 만나리라는 소식을 네게 전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뭐, 너벌써 가르랑거리는 거니?
몸집 크고 데퉁맞지만 성실한 너의 숭배자 슈테판이
74p

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영영 그녀를 철들게 하지는 못할지도 모른다. 여성 흡연자들이 다 그렇듯 율리아의 둔감한 후각으로는 타버린내 마음의 탄내를 백 년이 지나도 못 맡을 것 같다.
77p

어이가 없다. 선량하다고 해서 바보 취급을 당하는 걸 용납해선 안되다. 나는 발톱을 세우고 이빨을 드러냈다. 허물없는 대화가 가능하던 멋진 율리아가 이토록 뻔뻔하고 멍청한 인간이었는가, 아니면 그저 순진한 탓일까? 슈테판이 우리 둘 중 누구에게 카드를 쓴 건지 율리아도 분명히 알았을 텐데.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노릇, 망연자실한 채 순그는 율리아가 제정신이 들도록 얼굴이나 팔뚝을 할퀴어버릴까도 생각했지만 스타킹에 줄을 가게 하는 정도로 그쳤다.
81p

때때로 인간들이 어떤 특별한 예외 상한에서 아주 따뜻하게 서로에게 기댈 수 있음을 경험한다는 건 고양이의 생애를 걸어도 좋을 만큼 가치와 안정감을 느끼게 하다.
1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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