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더 많이 지났을 때에야,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은 ‘봉인‘된 비밀들을 몸속에 무덤처럼 지니고 다닌다는 걸 알게 되었다. 때로 내가 잊는 것이 아니라 기억이 나를 지우는 과정을거치면서, 작별이 찾아오기 전에 먼저 그 기억을 놓아주기도 한다는 것을,
죽는다는 것은 더는 비밀을 봉인할 무덤이 남지 않는 때가온다는 말 아닐까. 그 말은 그만큼 많은 기억의 무덤들이 우리몸에 들어차 있다는 뜻도 되지만 어떤 것도 봉인할 필요가 없어지는 순간이 온다는 뜻도 된다. 그때는 죽음이 우리를 찾아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죽음을 향해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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