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이상하게도 항상, 마음 한구석에 강렬한 흔적을 남긴다.
건너편에 앉은 사람이 호명하는 목소리에 나는 이 세계로 귀환한다. 테이블 위의 커피에서는 김이피어오르고 있다. 찰나이지만 영원인 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지금과 같은 것을 느낀 순간이 있었다고도 생각한다. 폴 비릴리오는 이런 순간을 두고 ‘피크노렙시 pyknolepsy, 기억부재증‘라고 일컫는다.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에도 수백 번의 부재가 일어난다. 하지만 겉으로보기에 우리는 아무런 단절 없이 살아가는 것 같다.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혹은 어떻게든 잘 설명해내기 위해 이해할 수 없는 세계를 지우거나 봉합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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