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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2월
평점 :
판매중지


바쁜 일상을 뒤로 하고 지리산 등반길을 3박 4일 정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학교 선후배가 모여 오랜만에 여름 휴가를 지리산에서 보내보자고 의기투합했고 지금이라면 상상도 못할 텐트에 버너에 코펠까지 짊어지고 그 험한 길을 올랐었다. 등산의 등자로 몰랐던 나는 여름이라고 만만히 보아서인지 침낭하나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고 여름 느닷없이 쏟아지는 소나기에 벌벌 떨며 친구의 등에 꼭 붙어서 잤었다. 결국은 내리는 비를 감당하지 못해 산장으로 피신했었지만 며칠을 고생고생 하며 산을 올랐다는 것이 아직도 마음속에 남아 있는 즐거운 추억이다. 언젠가는 또 한번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나이도 들고 며칠의 시간을 빼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닐텐데 바쁘다는 핑계로 가보지 않는 것을 보면 게으름이 극에 달한 듯 하다.

 

작가들은 늘 꿈만 꾸는 줄 알았다. 그들의 글 속에는 맛이 있고 멋이 있으며 현실보다는 이상에 가까운 삶이 존재하기에 땅을 밞고 공기를 마시며 사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소설 속의 현실마저도 왠지 드라마틱하게 느껴지고 에세이속의 생활은 나와는 거리가 먼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로만 들렸기에 말이다. 그렇지만 그들에게도 지인들이 있고 가보고 싶은 곳이 있으며 희노애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한층 가까워짐을 느낀다. 공지영작가가 그랬다. <우리들의 행복한 순간>이나 <도가니>란 소설을 읽으며 세상에 울컥했었던 마음이 오래 남아서일까 처음 읽게 되는 그녀의 에세이가 초반에는 낯설었다. 사람의 감성을 파고드는 그래서 눈가에 눈물이 주르륵 흐르게 하고 주먹을 불끈쥐게 만드는 필체에 익숙해져 있었다고나 할까 툭툭 던지듯 지리산에서의 행복한 일상을 펼쳐보여주는 그녀의 책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는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 준다.

 

인적이 드문 그런 곳에 살고 싶다. 나무와 새와 하늘이 벗이 되어 주고 자연이 주는 친근함과 따스함을 고스란히 느끼며 살고 싶다는 생각은 참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것 같다. 좀더 나이를 먹으면 은퇴겸 귀농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면 삭막한 도시가 주는 차가움이 이젠 싫증이 날 때도 되었나 싶기도 하다. 발에 감기는 시원한 흙의 감촉과 콧끝을 간지럽히는 풀내음이 머리속을 정화시켜 주고 마음의 평화를 주며 욕심을 버리게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한몫하고 있다. 조금 무섭기는 할 터이다. 아무리 옆집에 누가 사는 지 모르는 무관심한 세상이라고는 하나 어지러움과 소음에 단련되어 있는 눈과 귀와 머리는 고요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었던 거 같다. 그런데 인간이 만들어낸 소리가 아닌 자연이 주는 소리만을 듣고 산다면? 그것때문에 조금은 망설이게 되지 않을까.

 

그렇지만 이런 친구들이 있다면 그런 걱정은 버려도 될 듯 싶다. 어느날 지리산으로 떠나버렸다는 작가의 지인들이 선택했다는 자발적 가난과 그들이 지어낸 행복학교, 이 친구들의 삶을 살짝 엿보다 보니 지리산에서 사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물론 잠시의 머무름과 산다는 것은 천지차이가 있을 터이다. 그래도 이름마저도 너무나도 정겨운 버들치 시인, 낙장불입 시인이 사는 모양새를 보니 작가처럼 도심안에서 모든 것을 전자기기로 해결하고 불편함보다는 편리함을 먼저 여기며 영화,쇼핑,티비, 인터넷까지의 모든 문화생활을 즐기고 있는 삶을 가끔은 조금 접어도 되지 않을까 한다. 책장을 넘길때마다 눈을 즐겁게 해주는 자연을 그득 품은 사진들을 보니 더욱 그런 마음이 든다. 지리산의 삶이라고 해도 물론 사람이 산다는 것이니 어찌 부딪침이 없을까 마는 자연이 주는 넉넉한 인심을 담은 술 한잔이면 취해 잊어버릴 수 있을 거 같다.

 

책을 읽다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사람사는 이야기에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에 그들의 삶이 주는 여유로움에 역시 공지영작가의 글은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때론 스쿠터와 같은 인간사회의 문명을 조금씩 공유하기는 하지만 야생을 누비며 다니는 것처럼 정형화된 삶을 살고 있는 도시인에게 뒤척이게 만드는 일이 있을까. 아!이런 생각마저도 편견일 터이니.. 그냥 나는 그들이 정말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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