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티비 프로그램에서 귀농을 주제로 미션이 행해졌다. 시골에서 살아보기로 시작되어진 후에 이들은 시골에 집을 마련하고 텃밭앞에 대나무로 울타리를 치고 도배를 하고 장판을 깔고 창호지로 문을 바르는 모습을 보인다. 무엇이든 빠르고 부딪치며 이겨내야 하는 삶이 있던 답답한 도시에서 벗어나 조용하고 한가로우며 차가운 날씨지만 따뜻한 햇살이 비쳐드는 시골에서 볼수 있었던 남자의 모습은 그들의 설레임이 고스란히 느껴질만큼 흥미로웠다. 새로운 터전을 만들기 위한 그들의 소란스러움은 도시의 그것과 달랐고 어울림은 가족처럼 포근했으며 그래서 웃음이 번질 수 밖에 없는 티비 시청이었다. 시골...정직한 땅이 주는 풍요로움과 바람과 자연과 함께 하는 자유로움은 늘 도시인들에게는 로망이 되어버린 삶의 공간인 시골에서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다. 몇년 쯤 전 무작정 떠난 시골길 차도 잘 다니지 않는 고즈넉한 길을 걸으며 농사일에 여념이 없으신 어르신들의 부지런한 손놀림과 푸른 하늘에 둥실 떠나가는 구름과 가끔씩 짖어대는 동네개들의 환영인사에 정말 이런곳에서 살았으면 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 스스로 아직은 어려서 그런 생활을 하기에는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런지 한번씩 나가는 외딴 마을의 낯선 풍경에 마음을 정신없이 빼앗기고 오게 되나 보다. 그만큼 그런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늘 부러울 수 밖에는 없다. 그래서 더욱 맘에 들었던 책이 <사는게 참 행복하다 - 조중의 저>이다. 포항에 직장도 있고 소설도 쓰던 저자가 도심의 아파트를 팔고 시골로 들어가 집을 짓고 마땅을 가꾸며 살 결심을 했다는 것도 멋지지만 그 결심을 실행에 옮겼다는 용기 자체가 대단해 보인다. 물론 밥벌이와 창작의 이중생활을 버릴 수 없어 하루의 반은 시골에서 나머지 절반은 도시에서 살고 있다고 하지만 그의 10년의 시골라이프를 담은 에세이를 읽다보면 뭐랄까 향이 좋은 차 한 잔을 마주하고 넓은 창밖으로 보이는 바람에 흘들리는 풀들과 시골의 정감있고 소박한 이웃들의 매력에 흠뻑 젖어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사람사는 냄새가 난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늘 해피한 것은 아니다. 텃밭에서 잡초들을 뽑아주고 늘상 물을 주며 채소들을 가꾸고 늘상 좋을 거 같은 나날만 있을 거 같은 전원생활이지만 나름의 애로사항도 있다. 때론 연탄재를 깨뜨려 땅에 놓으며 흙에게 미안해 하기도 하고 영약한 도시인들에게 이용만 당하는 한평생을 땅밖에 농사밖에 모르시던 순박한 시골 어르신들의 모습에 가슴이 짠해진다. 떡밥을 있는대로 뿌려 망쳐버린 저수지는 도라니에게 맛난 물을 주는 수통이었으며 도시에서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했을 검은 비닐봉지가 땅에게는 전쟁의 포화보다도 더 무서운 적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었다. 너무 흔해서 또는 너무 편해서 인간의 이기심으로 사용되었던 많은 것들이 사실은 땅을 파괴하는 무시무시한 괴물이었다는 것에 숙연해진다. 듬성듬성 보이는 삽화와 사진들은 은근히 사람 마음을 기분좋게 만든다. 이 사진은 어디에서 찍었을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저자가 계절이 바뀔때마다 늘상 보아 익숙해진 것들이 내겐 너무나도 예쁘고 감동스럽다는 것을 느끼고서야 나도 도시인이 되어 메말라 가고 있었구나 하는 마음이 들게 된다. 외갓집에 가면 마을 입구까지 뛰어나오던 순돌이도 가을이면 주렁주렁 매달렸던 감도 밞기만 해도 바스락 거리던 낙엽도 장독대 위에 소복히 쌓인 눈도 어린 시절에는 가까이 하던 것들이었는데 이제는 그냥 추억속의 한 페이지로 남아있을 뿐이라니... 그래서 꿈을 꾼다. 좀더 나이를 먹고 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점이 온다면 가진것에 연연해 하지 않고 나도 자연과 함께 하는 생활로 돌아가 보리라고 .. 마당이 있고 작지만 내 손으로 가꿀 수 있는 텃밭이 있으며 좋겠다. 내 주변을 뛰어다니는 강아지도 있었음 좋겠고 집에는 밖을 볼수 있는 널다란 창이 있으면 좋겠다. 너무 있었으면 좋겠는 것들이 많다. 이게 다 .... 이 책을 읽는 바람에 가진 소망이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