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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정육점 문지 푸른 문학
손홍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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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에 참전한 터키인 하산은 몸에 총상으로 인한 큰 흉터를 가지고 있는  '나'를 입양하고 '나'의 상처를 보듬으며  한국에서 살고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억속의 전쟁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고 대신 나는 큰 흉터가 있는 몸으로  그 끔찍했던 시절을 기억한다. 대신 하산은 한국에서 무슬림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피를 묻히는 일 정육점을 하며  자신의 머리속에 남은 전쟁의 기억들에 고통스러워한다. 부자의 끈을 맺게된 둘은 생김새도 생각도 전혀 다르지만 왠지 비슷한 상처를 가지고 있는 동질감이 느껴진다. 소설 <이슬람 정육점>이다.

 

올해가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이란다. 그래서 그럴까 한국전에 관련된 영화, 소설, 드라마가 러쉬를 이루고 있다. 이 소설도 딱 6월 25일에 맞추어 출간되었다고 한다. 나로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전쟁이지만 아직도 우리의 분단 현실을 보면 그 아픔이 남아 있는 거 같다. 북녘에 가족을 두고 오셨던 어르신들도 이제 많이들 돌아가시고 우리나라 또한 고도의 성장을 이루어 전쟁으로 피폐화 되었던 흔적과 처참함을 찾아 볼 수 없지만 한국인이라면 아직 가슴속에 상흔처럼 남아있을 남북한 대치에 대한 두려움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체험하지 않은 세대로서 이런 소설은 반갑다.

 

흉터를 안고 사는 나나 이슬람인으로 돼지고기를 파는 하산아저씨도 잘 나가는 인생은 아니다. 또한 등장하는 인물들도 지질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 넋나간 사람들의 집합체처럼 남편의 폭력을 피해 도망나와 충남식당을 하는 안나아주머니, 그곳에 매일 어슬렁 들려 눈치를 보다 밥이나 얻어 먹는 그리스인 야모스, 가정불화로 사람하고 대화하기 보다는 동물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 더 편한 말더듬이 유정이,  전쟁 트라우마로 인해 기억을 잃었지만 군가만은 잊지않고 허구헌날 목청껏 부르는 대머리 아저씨 등 모두 어딘가 나사 하나 빠진듯하고 인생의 상처가 있는 지질한 인생들인거 같지만 그들의 참 마음만은 너무나 아름다고 착하다. 하지만 내가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것도, 하산아저씨가 배고픔으로 동료의 살점을 먹은 것도, 그리스내전에서 사촌을 적으로 오인 사살한 야모스 아저씨도, 참호가 갇혔다 구조된 대머리 아저씨도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상처의 큰 줄기는 전쟁이었다. 전쟁은 많은 사람들을 고통속에 살게 만들고 그들의 인생을 막장으로 이끌었다. 모든 것이 전쟁때문이었다.

 

"신은 네 안에서 잔다. 신을 억지로 깨울 필요는없단다. 눈이 부셔 스스로 일어나게 해야지."

"어떻게 해야 눈이 부셔 일어날까요"

"네 영혼을 닦아야지. 마룻바닥을 닦듯 거울을 닦듯 한 점 빛이라도 태양처럼 반사시킬 수 있도록 깨끗하게 닦아야지." p207

 

...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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