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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마차는 하늘로 오르지 않는다
살와 바크르 지음, 김능우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어떤 편견을 가지고 책을 읽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주 접해본 작가의 책일수록 익숙하고 읽기 편하며 그들의 문화에 공감하기 쉽다. 더욱이 외국 작가라면 너무나도 다른 우리네의 감성과 생활환경 그리고 때론 그들의 종교에 대한 표현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이집트의 가말 나세르 대통령 재임 시절, 카이로 교외 여성교도소에서 만난 15명의 여죄수와 여교도관의 이야기가 펼쳐진 『황금 마차는 하늘로 오르지 않는다』도 제목에서 주는 느낌과는 너무나 다르게 처음 그 시작부터 나를 당황케 만들었다.
우선은 너무나도 이집트라는 나라에 대해서 몰랐다. 그래서 첫 주인공인 아지자의 일상이 그려지는 동안 숨 죽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새 아버지를 엄마와 공유 (이 단어가 적절한 지 모르겠다.)하며 앞이 보이지 않던 엄마 앞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던 그녀의 행동은 과연 사랑이었을까 궁금하다. 아지자가 엄마의 죽음 후 새로운 사랑을 찾은 계부에 분노하여 칼을 꽂는 모습에서 조용하지만 집착하는 무서운 광기를 보게 된다. 감옥이라는 울타리 안에 스스로를 가두게 된 것은 어쩜 사회에서 말하는 살인이라는 죄목보다는 엄마에 대한 죄책감과 불륜에 대한 고통이 아니었을까?
작가의 경험이 담겨 있는 소설이란다. 카이로 여성 교도소에 정치범으로 수감되어 그 안에서 만난 많은 여성 죄수들의 사연 속에서 이 소설의 모티브를 얻었단다. 이집트라면 피라미드 스핑크스 그리고 정말 멋진 클래오파트라 같은 귀족 계급들의 삶만을 접해보았기에 이토록 참혹하고 비인간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여성들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이집트의 사회·정치·경제를 모르기에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공감하기가 쉽지 않았다. 왜 저렇게 살까?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라는 탄식도 나왔고 아직도 가부장적이고 남성우월주의적이며 여자들을 성적 노리개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 분노하게 된다. 아랍문화권과 우리의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선택된 행동이 아니라 힘 없는 여성들이 자기 방어를 위해 자신이 온통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지키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것을 바라보게 된다.
아지자는 하늘로 오늘 멋진 날개를 가진 백마가 이끄는 황금마차에 태울 승객들을 한 사람씩 고른다. 45년간 남편의 끊임없는 성욕에 치욕과 고통속에서 살아야 했던 여자, 2m 가 넘는 큰 키에 괴상한 외모를 가졌지만 마음만은 순수했던 여자, 모두가 사회에서 말하는 죄를 짓고 감옥안에 격리 되어 있지만 누가 정상적이고 누가 비정상적인 건지 과연 우리의 이기적인 마음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느 순간 그녀들의 죄를 보기 보다는 그 이면에 감추어진 그녀들의 삶속에서 어쩜 우리도 겪고 있는 사랑과 배신 그리고 탐욕과 좌절을 느끼고 있다. 황금마차에는 지나간 시간을 아름답다며 추억하며 살기도 하고 끔찍한 기억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 치기도 하고 편안해진 마음으로 감옥생활을 하고 있는 여인들의 자리가 마련된다. 물론 아지자의 상상속에서 구원의 따뜻한 손길을 얻은 것이지만 아마도 그들은 행복했을 것이고 희망으로 가득찼을 것이다.
할레드 호세이니를 통해 처음 만나게 되었던 아랍문화권의 소설속에서 많은 충격을 받았고 아픔을 공감했었다. 상상할 수도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또 한번 느끼게 된 것이『황금마차는 하늘로 오르지 않는다』이기에 아랍여성들이 겪는 고난을 차분한 필력으로 가슴깊게 남게 해준 저자 살와 바르크를 기억하고 싶다. 같은 여자로 태어나 다른 환경에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갔던 여성들이 있다는 것을 잊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아랍문화권의 책을 읽어 보지 않았다면 추천할 만한 책 우리와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여인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천개의 찬란한 태양(할레드 호세이니)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할레드 호세이니를 좋아하는 독자들(?) 아랍문화권 책을 읽어 보지 못한 독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