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맛도 잘 모르겠다면서도 끊을 수 없는 그 맛
사실 맛보단 향과 티타임을 즐길수 있는 그 시간이 좋은듯

‘스페셜티커피Specialty Coffee’라는 새로운 장르가 이제 막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되었을 때, 나는 보헤미안이라는 서울 안암동의 카페에서 바리스타와 로스터로 일하고 있었다. 스페셜티커피는 국제 기준의 관능官能평가 점수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을 받은 커피를 가리킨다. 대략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7퍼센트 정도가 스페셜티커피 등급으로 거래되고 있다. 커피 역사에 새로운 조류가 탄생하며 벌이는 도전을 인터넷으로 엿보고 응원하며 한편으로 부러워했다. - P14
산지에서 발견한 훌륭한 커피는 이미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커피는 농산물이다보니 가공, 운송, 포장, 보관, 신선도 모두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커피가 이 모든 과정에서 손상되지 않도록 연구하고 세밀하게 관리해야 한다. 커피 생두를 요리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 로스팅과 추출도 커피의 가치를 좌우한다. 커피 생두는 자란 환경에 따라 모두 다른 물리적 특성과 맛을 지녀서 섬세하게 ‘요리’하지 않으면 그 빛을 잃는 것은 순식간이다. 우리의 로스팅과 추출 기술이 부족해서 생산자의 커피를 망치는 일이 없을까 늘 조바심을 낸다. - P15
‘이 커피가 생산자가 얼마나 고생하면서 키운 맛있는 커피인데 이렇게 몰라주다니!’ 다 내가 부족한 탓이다. 커피가 더 높은 가치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매력적인 디자인과 스토리텔링, 차별화된 정보와 고객에 귀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끔은 커피의 가치를 보존하고 우리가 거기에 가치를 더하는 이 모든 일에 연금술 정도가 아니라 마법이 필요한 것 같다는 막막함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가 흙에서 보석 같은 커피를 만들어내는 진정한 연금술사인 커피 생산자의 노고가 떠오르면 한 번 더 힘을 내보자고 되뇌게 된다. - P16
처음에는 커피 좋아하는 친구를 따라 다니게 되었는데 자꾸 마시다보니 나도 모르게 ‘커피 맛’이란 것을 알게 됐고 그후로 헤어나오지 못했다. 거의 매일 갔다. 보헤미안 점장님은 학생이 돈이 어딨느냐며, 하루에 몇 번씩 오지 말고 원두 사다가 집에서 내려 먹으라고 커피 내리는 법을 간단하게 알려주셨다. 결국 보헤미안에 가는 횟수는 그대로인데 집에서도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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