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십자가 (특별보급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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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논쟁 중 하나인 사형제도.
학생때 이 주제로 찬반 레포트를 작성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난 어느편에 서서 논쟁을 이끌었던가
아마도 찬성이었던 것 같다. 최근 몇년간 우리나라에서 사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극악무도한 살인을 저질렀더라도 최고형은 무기징역이다. 살인자라 할지라도 인간이 과연 인간을 처벌하고 살인죄라는 명목하에 살인을 일말의 양심, 죄책감없이 죽일 수 있을까
만약 잘못된 판결하에 무고한 사람을 살인자로서 죽음에 몰아 넣을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사형제도를 완벽히 인정함으로 `사형` 이라는 것 자체가 다소 가볍게 생각되진 않을까 등등 반대편의 주장들이 있다. 종종 기사에서 끔찍한 살인, 상해사건을 읽게되면 너무 화가나고 분노가 차오른다. 대부분은 도대체 왜 이런짓을 저질러야 했을까 이해가 안가는 사건들뿐이다. xx의 사건으로 사회에 엄청난 큰 충격을 준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의 범인은 벌써 몇년뒤면 출소한다. 과연 이범인은 자신이 저지른일을 그 짧은시간동안 속죄를 했을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그렇게 보일뿐. 난 속죄할 수 있는 죄에는 범위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범위안에 살인은 들어가지 않는다. 몇년뒤면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준 범인과 같은 사회, 대한민국안에 존재하게된다. 이 사실만으로 유족들과 피해자들은 악몽에서 벗어날 수 없다. 누가 과연 이들의 고통을 보상해 줄 수 있는것인가
아무 관계없는 나도 이렇게 분노가 치미는데 피해자와 유족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내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
사요코도 이런 통한을 갖고 `사형 폐지론이라는 이름의 폭력`을 저술한다.

한 아이가 있다. 그 아이를 사형 폐지론 찬성자로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사형이라는 제도는 국가가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를 이끌어 가는 것은 사람이다, 즉 사형제도는 모순되어 있다 - 이런 식으로 말하면 된다. 그러면 대부분의 아이는 납득할 것이다. 나도 그것을 납득할 수 있는 아이로 있고 싶었다.

 

'사형 폐지론자의 눈에는 범죄 피해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유족은 단순히 복수를 하기 위해 범인의 사형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한번 상상해보기 바란다. 가족이 살해당한 사람이,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큰 고통을 견뎌야 하는지...... 범인이 죽는다고 해서 피해자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유족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을 손에 넣으면 가슴속에 쌓인 응어리를 풀 수 있는가? 사형을 원하는 것은 그것말고는 유족의 마음을 풀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이다. 사형을 폐지한다면, 그렇다면 그 대신 유족에게 무엇을 줄 것인지 묻고 싶다.

가령 사형 판결이 나온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유족의 승리가 아니다. 유족은 그것을 통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다만 필요한 순서, 당연한 절차가 끝났을 뿐이다. 사형 집행이 이루어져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사람을 뺴앗겼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고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는 일도 없다. 그렇다면 사형이 아니라도 상관없지 않느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만약 범인이 살아 있으면 '왜 범인이 살아 있는가? 왜 범인에게 살아 있을 권리를 주는가? 라는 의문이 유족의 마음을 끊임없이 갉아먹는다. 사형을 폐지하고 종신형을 도입하라는 의견도 있지만, 유족의 감정을 털끝만큼도 이해하지 못한 말이다. 종신형에서 범인은 살아있다. 이세상 어딘가에서 매일 밥을 먹고,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어쩌면 취미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상상하는 것은 유족에게 죽을 만큼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몇 번씩 끈질기게 말하지만, 사형 판결을 받는다고 유족의 마음이 풀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 유족에게 범인이 죽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흔히 '죽음으로 속죄한다'는 말을 하는데, 유족의 입장에서 보면 범인의 죽음은 '속죄'도 '보상'도 아니다. 그것을 슬픔을 극복하기 위한 단순한 통과점에 불과하다. 더구나 그곳을 지났따고 해서 앞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자신들이 무엇을 극복하고 어디로 가야 행복해질지는 여전히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통과점마저 빼앗기면 유족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사형폐지란 바로 그런 것이다.

 


계속 고개를 끄덕거리며 맞아맞아 읖조리며 읽었지만 사요코의 딸을 무참히 살해한 살인자의 변호인 얘기를 들으니 내 확고한 생각에 틈이 생겼다. 조금씩 무너지려고 위태해졌다.

사형제도 자체가 형벌이라고 여기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사람은 어떻든 상관하지 않게 되고 진정한 반성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형은 무력(無力) 합니다."

이 말 하나가 지금까지 수많은 문장으로 주장했던 사형제도 찬성을 무력화시키는 것 같았다.

가벼운 장르소설로 생각하고 읽었지만 사형제도란 주제에 대해 다시 심도있게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을 죽인 자는 어떻게 속죄해야 하는가, 아마 이 의문에 대한 모범 답안은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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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1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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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의 이방인과 맞먹는 강렬한 첫문장이다.

아무래도 좆됐다.
그것이 내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좆됐다.

처음 문장은 이렇지만 마크 와트니는 이시대의 긍정왕이다. 책의 인물소개를 보면 매우 낙천적이고, 임기응변에 강하며, 문제해결력이 뛰어나다고 쓰여져 있는데 낙천적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낙천적이다. 홀로 화성에 남겨져 삶의 빛이 보이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스스로 빛을 찾아낸다. 이런 와트니의 성격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킥킥거렸다. 와트니의 긍정적인 태도, 천재적인 적응력과 해결능력이 매력적이기도 했지만 와트니 한사람을 살리기 위해 책속에 나온 모든 인물들이 힘을 합해 노력한 점이 이 소설에서 가장 좋았다. 슬프게도 과연 현실에선 한사람을 살리기 위해 수십억달러와 수많은 시간을 쏟아 부을까? 내가 현실에 비관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런 의구심을 지울 순 없다. 어쨌든 소설에선 내가 생각하는 비관적 현실을 따르지 않았다. 그래서 더 유쾌하고 희망적이다.
처음엔 와트니의 화성일지에 나온 수많은 과학용어로 내 상상력의 한계에 부딪혔지만 이해안되는 부분은 그냥 읽고 넘어가니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와트니가 탄 MAV와 헤르메스가 만나는 마지막 몇페이지에선 실제로 그 상황을 티비중계로 보는것같이 심장이 두근거리고 나도 모르게 두손을 마주 쥐었다. 드디어 1년반만에 와트니는 구조되었다!!! 만세
와트니만큼 나도 행복하다.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나는 마지막 문장도 첫문장처럼 마음에 든다.

그래도 오늘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다.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는데 조만간 영화에서 내 비어있는 상상력을 채우는겸 긍정왕 와트니를 다시 만나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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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4 0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타고난 거짓말쟁이들 - 누가 왜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가
이언 레슬리 지음, 김옥진 옮김 / 북로드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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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존재하는 거짓말에 대해 여러부분에서 분석해놓았다.
거짓말은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며 뇌의 진화까지 이끌었다. 인간의 거짓말하는 능력은 인간의식의 평형과 사회에서 인간발전에 필수불가결하다. 좋든싫든 우리 모두는 타고난 거짓말쟁이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무조건 나쁜사람이고 거짓말은 절대하지 말아야한다는 교육을 받으며 자란 내생각을 완벽히 깨주었다. 선의의 거짓말을 할 상황에서도 선의지만 어쨌든 거짓말은 거짓말이다란 생각의 충돌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고뇌한적이 많았는데 이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선의의 거짓말을 할 수 있을것 같다. 거짓말에 대한 여러 사례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 내가 의식하지 못한 채 내자신을 속이는 자기기만, 인지부조화라고 일컫는 거짓말이 흥미로웠다. 비싼돈을 주고 산 콘서트는 실제로는 재미가 없었지만 비싼돈을 줬기때문에 재밌었다고 나 자신을 속이는것이다. 자기합리화랑 비슷한 개념인것 같다. 이렇게 사람들은 자기자신까지 속이면서 거짓말을 하고 살아가고 있는것이다.

기억해. 네가 믿는다면 그건 거짓말이 아니야.
ㅡ조지 코스탄자<사인펠드>

의식의 진짜 역사는 첫 번째 거짓말과 함께 시작한다.
ㅡ조지프 브로드스키

인간은 비밀을 지킬 수 없다.
입이 침묵하면 손가락 끝으로 조잘거린다.
모든 구멍ㅇㅔ서 배신이 스며 나온다.
ㅡ지그문트 프로이드

우리는 살기 위해 스스로에게 이야기를 한다.
ㅡ조앤 디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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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기원 - 인간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서은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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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대한 통상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에서 행복의 본질에 대해 말하고 있다.
행복이 삶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철학적 관점이 아니라 행복은 단지 생존을 위한 수단일뿐이다!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감을 느끼도록 설계된 것이다. 너무나 과학적이고 어떻게 보면 원초적인것 같기도 한 진화론적이론의 행복은 매우 흥미로워서 책에 빠져들게 만들어줬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다. 이성적사고를 갖고 도덕적이면서 따뜻한 마음을 갖는거조차 생존의 수단일뿐이라니... 내생각이 나를 움직이는게 아니라 내몸이 내생각을 조종한다고 생각하니 내가 내가 아닌것 같았다. 한가지 흥미로운 연구는 실연의 아픔을 느끼는 뇌의고통부분과 신체적아픔을 느끼는 뇌의부분이 동일하여 마음이 아플때 진통제가 효력이있다는 것이다. 어떤 드라마에서 마음이 너무 아파 가슴에 빨간약을 바르는 장면이 나온적이 있는데 이런행동이 얼토당토않은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들었다.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가장 큰 수단은 사람관계다. 이런 사람관계를 잘맺게 해주는 건 외향성인데 이 외향성은 유전적인 요소다. 다시말하면 행복함을 잘 느끼는것은 유전적으로 타고난것이다.
이번생애는 행복하긴 틀린것인가 외적인모습이나 환경은 내가 선택하지 못한채 태어났다해도 변할수 없는 것이기에 인정할 수 있었지만 행복까지도 유전이라는건 좀 억울하다.
어쨌든 행복에 대한 이 새로운 관점은 내 생각의 한길을 다른방향으로 확장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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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어른 - 나만의 잉여로움을 위한 1인용 에세이
이영희 지음 / 스윙밴드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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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을로 살아가는 나와 ˝진짜 나˝를 혼동하지 말 것.

엄마, 이젠 인생을 두 번 다시 행복이냐 불행이냐로 나누지 않을 겁니다. 인생에는 그저 의미가 있을 뿐입니다. 단지 인생의 엄숙한 의미를 음미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용기가 생깁니다.

어쩌면 행복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라는 그 명확한 목적의식이 우리를 행복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은 아닐까. 행복의 의미를 찾아 헤매고, 나는 과연 행복한가 따위의 질문을 던지는 데 낭비할 시간이 인생엔 없다고, 그저 내가 발 딛고 서있는 이 시간과 공간을 꿋꿋이 살아내는 것만이 인생의 유일한 의미라고.

사랑이 상대방이 가진 것에 끌려 시작된다면 우정은 상대방의 결핍을 알아보며 시작된다. 그래서 때론 사랑보다 우정이 더 어렵다. 사랑 역시 그 종착점은 우정이라, 상대의 결핍까지 받아들일 수 있다면 지속되지만, 그러지 않으면 끝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여자가 묻는다. ˝너의 고민은 뭐야?˝
남자가 답한다. ˝너.˝
(비포선라이즈)

이십대에는 서른살이 되면 어른이라고 말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서른은 여전히 아프게 헤매야 하는 나이였다.

어른이 되는 것은 과연 어떤 건지, 어떻게 하면 될 수 있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어쩌다보니 어른이라 불리는 나이가 되어버렸고, 몸은 조금씩 노화의 징후를 보이는데, 마음은 여전히 말랑해서 작은 스침에도 쉽게 상처가 난다. 이적의 노래처럼 아직은 내앞에 놓여 있는 삶의 짐이 버겁고 두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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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빠 2016-05-09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내요. 공감갑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