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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어른 - 나만의 잉여로움을 위한 1인용 에세이
이영희 지음 / 스윙밴드 / 201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업무상 을로 살아가는 나와 ˝진짜 나˝를 혼동하지 말 것.
엄마, 이젠 인생을 두 번 다시 행복이냐 불행이냐로 나누지 않을 겁니다. 인생에는 그저 의미가 있을 뿐입니다. 단지 인생의 엄숙한 의미를 음미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용기가 생깁니다.
어쩌면 행복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라는 그 명확한 목적의식이 우리를 행복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은 아닐까. 행복의 의미를 찾아 헤매고, 나는 과연 행복한가 따위의 질문을 던지는 데 낭비할 시간이 인생엔 없다고, 그저 내가 발 딛고 서있는 이 시간과 공간을 꿋꿋이 살아내는 것만이 인생의 유일한 의미라고.
사랑이 상대방이 가진 것에 끌려 시작된다면 우정은 상대방의 결핍을 알아보며 시작된다. 그래서 때론 사랑보다 우정이 더 어렵다. 사랑 역시 그 종착점은 우정이라, 상대의 결핍까지 받아들일 수 있다면 지속되지만, 그러지 않으면 끝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여자가 묻는다. ˝너의 고민은 뭐야?˝
남자가 답한다. ˝너.˝
(비포선라이즈)
이십대에는 서른살이 되면 어른이라고 말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서른은 여전히 아프게 헤매야 하는 나이였다.
어른이 되는 것은 과연 어떤 건지, 어떻게 하면 될 수 있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어쩌다보니 어른이라 불리는 나이가 되어버렸고, 몸은 조금씩 노화의 징후를 보이는데, 마음은 여전히 말랑해서 작은 스침에도 쉽게 상처가 난다. 이적의 노래처럼 아직은 내앞에 놓여 있는 삶의 짐이 버겁고 두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