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풀의 구원 - 부서진 땅에서도 왕성하게 자라난 희망에 관하여
빅토리아 베넷 지음, 김명남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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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한숨 나오도록 좋았다.
치유의 글쓰기란 이런 것이구나-이 책이 그 증거구나.
왕성한 들풀들 사이에서 그녀의 책 사진을 찍고 싶었다.
하지만 얼마 전 제초 시즌을 겪은 동네에선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이 사랑받지 못하는 식물들이 얼마나 악착스럽게 버티는지, 그 씨앗이 길어내는 생명이 얼마나 굳센지 생각해본다.그런데 잡초는 사람이 그것을 원하지 않을 때만 잡초다."

삶의 고통이 한번에 휘몰아친 듯한 초반부는 오히려 덤덤하게 읽힌다.하지만 아이를 키우고 정원을 가꾸며 잊혀졌던 혹은 미처 몰랐던 사랑들을 발견해내는 순간들은 매번 감동이고 또 한편으로 서글펐다. 그 사랑들은 야생에 가까운,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오던 것들이다.
겨우겨우 눈물을 꾹 참고 책을 끝까지 읽었는데 옮긴이의 글과 저자의 말을 다시 읽는 순간 눌러왔던 감정이 툭 터지는 경험을 하게된다.

살아만 있다면 삶은 계속되고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우리의 삶에서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사랑은 내가 받은 것일 수도 있고 내 안에서 찾아낸 것일 수도 있고 내가 남길 것이기도 하다. 불안하고 완벽하지 않은 삶에서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놀라워할 수 있다는 것, 그저 '자연'스럽게 삶을 받아들이며 계속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식물과 정원 뿐만 아니라 아이를 키운다는 것, 자매애, 엄마와의 관계, 돌봄에 관한 이야기들이 모두 담긴 여성의 글쓰기이며 그저 가슴이 먹먹하다.

"생물 다양성은 유례없이 빠르게 줄고 있다. 지구의 동식물종 가운데 4분의 1가량이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 모든 것이 취약한 듯하고, 매일 또 다른 것이 사라진다. 이렇게 아름답고 이렇게 슬픈 세상, 내가 뒤에 남기는 것은 이 세상이다. "
-<들풀의 구원>

*역시 믿고 보는 김명남 선생님 번역👍

#들풀의구원 #빅토리아베넷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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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잊어버려도 좋은 나이입니다 - 도쿄의대 노년내과 의사가 알려주는 인생 후반을 위한 현실 조언
가마타 미노루 지음, 지소연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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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속노화 선생님(정희원 교수님)의 추천으로 읽게 된 <적당히 잊어버려도 좋은 나이입니다>.
"인생 60부터!"라는 말이 절대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요즘,
'인생 후반을 위한 현실 조언' 은 많은 이들에게 절실하다.
이제 40대지만,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이 남았을 수도 있다는 건 늘 두려움으로만 다가오고 때문에 나이듦에 관한 주제는 항상 우선 순위에 놓일 수 밖에 없다.
75세의 나이에도 현역으로 일하고 있는 노년내과 의사인 작가는 나이가 들수록 중요한 것만 남기고 '잊는 힘'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쓸데 없는 것들은 버리고 낡은 건강상식을 잊고 부정적인 감정과 애쓰려는 집착, 세상이 말하는 정답 또한 잊어야 한다고.
의학적인 이야기를 하면서도 실제로 겪은 본인의 경험과 환자의 사례를 담아 노년의 지혜를 유연하게 녹여냈다. 일본 에세이 특유의 간결함에 의사로서의 지식과 경험, 그리고 감성까지 담아 이해하기 쉽고 마음에 와닿게 쓴 책이었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두루 살피며 건강한 노년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따스하게 위로까지 해주는...
나이듦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선물해주고 싶다.
진짜 무엇이 중한지를 알려주는 책!!

"살이 빠져서 좋다고 태평하게 생각하다가는 70~80대에 근감소증에 걸리거나 전신의 기능이 저하되어 거동이 불편해지는 노쇠 상태에 빠지기도 합니다.이대로 가면 꼼짝없이 다른 사람의 돌봄이 필요한 상태로 이어지겠지요."

"여전히 불끈불끈 화가 치민다면 스쿼트를 열 번 정도 추가해보세요."

#적당히잊어버려도좋은나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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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나서 다시 만나 - 새드'엔딩' 이야기
권민경 지음 / 테오리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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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드엔딩과 해피엔딩 중 나는 왜 새드엔딩에 끌렸던 것일까? 책을 읽으며 새드엔딩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슬픔 너머에 있는 이야기들, 슬픔 이후에 계속되는 이야기들 속에서 되려 남은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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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기억책 - 자연의 다정한 목격자 최원형의 사라지는 사계에 대한 기록
최원형 지음 / 블랙피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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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를 알고 나면 새가 둥지를 트는 나무와 숲이 귀하게 느껴진다. 새끼 새를 기르는 과정을 보면서 곤충을 비롯한 온갖 생물과 무생물이 서로를 살아가게 만든다는 진리를 발견하기도 한다."
관찰하고 기록하고 어느새 사랑에 빠진다. 그렇게 세계가 달라지는 경험.
얼마전에 같은 출판사의 <자연 일기>를 보았는데 이 책 또한 사계절동안의 자연 관찰을 그림으로 기록한 책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달랐고, 기대보다 더 좋았다. 보다 생태적이고 환경적인 관점의 책. 개인적으로는 새 이야기가 많아서 반가웠다.😂
주변에도 관찰하고 지켜보다가 사랑에 빠진 분들이 많이 보인다. 나만 사는 세상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될 때 우리는 더 많이 고민하게 되고 지금까지의 관점과 다른 관점을 가져야 하는 걸 깨닫게 된다. 이 책은 그런 과정과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우리 주변의 것들을 빌어 이야기했다.
한 번에 후루룩 읽기도 좋지만, 계절에 맞춰 가끔 한 챕터씩 읽어도 괜찮을 것 같은 책.
나도 언젠가는 '날마다 그림 그리기'로 내 주변의 일 년을 기록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식물 그리기 넘 힘들다.-_-
#사계절기억책 #최원형 #기후위기 #기후변화 #사계절기억프로젝트 #환경도서 #환경도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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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애니 라이언스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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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동안만이라도, 삶을 선택해주시겠어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애니 라이언스 장편소설

★★★★★

85세의 유도라는 '남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고'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사는 할머니다. 가족도, 이렇다 하게 교류할 친구도 없지만 매일 스포츠센터에 수영을 하러 가고 낯선 방문객을 용감하게 쫓아내기도 하며 혼자만의 루틴을 매일 이어가던 중 자신의 의지와 무관한 죽음을 맞기 전에 자발적 안락사로 생을 마감하기로 결정한다.

"유도라에게 유일한 위안은 희망이었다. 순탄하게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생의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내 죽음이니까. 내 방식대로."

하지만 자발적 안락사는 신청만 한다고 바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고, 자발적 안락사를 위한 확인 과정을 거치는 동안 유도라에겐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옆집에 새로 이사온 소녀 로즈와 동네 이웃 스탠리. 아무래도 파워 'E'인 듯한 로즈와 스탠리의 기세에 휩쓸려 유도라는 뜻하지 않게 자주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고 그 시간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돌보며 구원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집으로 돌아와 피곤해하는, 유도라는 'I'가 분명하다.)

이야기는 유도라의 현재와 과거를 오간다. 새로운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삶이 변하고 있음을 깨닫는 와중에도 유도라는 죽음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 이유는 그녀의 지나온 삶에 담겨져 있다.

유도라는 과연 자발적 안락사에 성공(?)할 수 있을까? 답은 스포일러라서 말할 수 없다. 다만 마지막엔 울게 될 것 이라는 것, 그것은 장담할 수 있다.

"그녀는 그들을 사랑한다. 그들은 그녀를 사랑한다.

모든 게 다 괜찮다."

#유도라허니셋은잘지내고있답니다 #페이지터너 #힐링 #재미 #감동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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