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탐조기 - 초보탐조인이 전하는 처음 삼 년 이야기
우재욱 지음 / 팥배나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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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무작정 시작한 탐조는 정보가 너무도 부족했기에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많이 거쳤다. 쌍안경을 사기도 전에 카메라부터 산다거나, 도감도 없이 인터넷 사진만으로 새 동정을 시도한다거나.
남들이 다 아는 것만같은 정보를 알음알음 습득하는데만 일 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기에 <초보 탐조기>의 발간 소식을 접했을 때 반가움부터 느껴졌다. 나같이 아무 것도 몰랐던(여전히 모르는 것이 너무 많은) 초보 탐조인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어서.

결과적으로 '초보 탐조인이 전하는 처음 삼 년 이야기'라지만 <초보 탐조기>는 내가 경험하고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많은 정보와 이야기들이 담겨있었다. 초보 탐조인에게 꼭 필요한 기본 정보 외에도 작가님이 3년동안 열심히 탐조하고 공부하고 고민하고 경험하며 기록해온 것들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북디자인과 삽화를 작가님이 직접 하신 듯하다.
표지를 처음 봤을 때 조금 어색한 느낌이었는데 책 속의 삽화들이 하나같이 귀엽고 정성이 느껴져서 책 표지에도 금새 정이 들었다ㅎㅎㅎ

목차만 봐도 누구보다 열심히 탐조하고 활동한 우재욱 작가님의 3년을 확인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고개를 끄덕거릴 수 밖에 없었는데, 탐조에 대해 잘 모르고 무작정 시작하게 되었을 대 빠지기 쉬운 오류, 종추에 집착하거나 사진 찍는 데 집착하거나 새를 보기 위해 오히려 새를 괴롭힐 수 있는 그런 상황들에 대해 차분하게 짚어주며 올바른 탐조 방법을 제시하는 게 무척 좋았다.
작가님의 경험을 서술하며 그것을 토대로 자연스럽게 탐조 꿀팁들을 소개해주시는 것도 상당히 유익하다. 계절별, 장소별 탐조 차이와 다양한 탐조를 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도 자연스럽게 소개되어 있어서 새들에 대한 정보는 물론이고 궁금했던 탐조 정보들이 집대성된 느낌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새들을 위한 아파트 정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이야기였다. 새를 위한 연못과 인공새집. 새를 사랑하게 된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몸소 보여준 케이스였고, 그 열정이 정말로 존경스러웠다. 나 역시 생각은 했지만 이런 식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바꿔보려는 노력은 전혀 생각조차 못했기에 작가님의 이런 사례는 많이 공유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외에도 탐조인들이 결국 마주하게 되는 서식지 문제와 유리창 충돌, 길고양이 문제 등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이야기하는데 꾸준한 관찰이 기반이 되어 무척이나 흥미롭게 읽힌다.

동물과 식물을 좋아하고 계속 의문을 품은 채 관찰을 멈추지 않는 작가님의 글을 읽는 것은 무척이나 즐거웠다.언젠가 작가님과 함께 탐조하는 시간도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
시작하는 초보 탐조인과, 혼자서 탐조하며 다른 이의 탐조기가 궁금한 사람 그리고 탐조를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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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 드림 창비청소년문학 130
강은지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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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꿈의 세계로 떠나 버렸고 남겨진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 안락, 평온, 안전, 사랑, 그리고 믿음, 우리는 우리 자신조차도 믿지 못했다."

어느 날 갑자기, 어른들이 잠들어 버렸다. 세상에 남겨진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을 챙겨야 할 뿐만 아니라 잠든 어른들까지 보호해야 하는 막막한 현실에 맞닥뜨리게 된다.
무책임하고 무기력한 엄마를 한심해하고 떠난 아빠를 내내 그리워하던 강희는 엄마가 잠이 든 이후 남매인 강석,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

<루시드 드림>은 흥미롭다. 처음엔 갑자기 세상 밖에 남겨진 아이들을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책을 읽다가 두 번째는 아이들을 남겨두고 꿈 속 세계로 떠나버린 어른의 시선으로 책을 읽게 된다. 그리고 세 번째는 '과연 어른이란 무엇일까? 나라면 어느 세계를 선택할 것인가?'계속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잠든 부모를 지키는 아이들과 부모를 버리고 떠나는 아이들. 깨어나는 어른과 깨어나기를 거부하는 어른. 꿈 속으로 도망치는 사람과 괴로워도 진짜의 삶을 선택하는 사람.
'나는 저런 어른은 되지 말아야지.' 혹은 '나는 이런 어른이 되어야지.'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그 시절에 머무르고 있는 기분이 든다. 나이는 먹고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지만 여전히 어른의 삶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언제 어떻게 어른이 되는 걸까?어쩌면 어른은 더 망설이고 시시때때로 도망치고 싶어하는 그런 사람일까.하지만.
"너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라는 나의 질문에 아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당연히 엄마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야지."라고 아이는 답한다. 아아- 그래. 나 역시 네가 잠들면 그러할 것이다. 도망치고 싶어도 네가 있으니까. 널 지키기 위해 난 잠들지 않고 기다리겠지. 어른이 된다는 건 어쩌면 선택의 순간일지도 모르겠다.

"정해진 시간을 살아 낸다고 어른이 되는 건 아니었다. 어른이란 말이 아주 멀게 느껴졌다."

#루시드드림 #강은지 #창비

*출판사에서 가제본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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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이 잡힌다! - 10초로 끝나는 셀프 신경계 스트레칭
가네코 다다시 지음, 문혜원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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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코 다다시의 <통증이 잡힌다>는 치료와 운동을 계속해도 낫지 않는 만성통증을 '통증을 유발하는 눌린 신경에 접근하여 치료하는 방식'을 추구하는 책이다. 만성통증을 가진 나같은 사람에게는 그저 빛과 소금처럼 다가오던 책.

"만성통증을 없애고 자세를 바로잡으면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하게 오래 살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만성통증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라는 행복이 무엇인지 저자는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또한 "아프지 않은 상태가 일상"이어야 한다는 사례자의 말도 정말 뼈저리게 와닿았다. ㅜㅜ

올해 초 해보고 싶은 운동은 다 해보자는 마음으로 의욕있게 운동 몇 가지를 시작했다.클라이밍, 배드민턴, 조깅, pt...초반 몇 달간은 문제가 없었다.하지만 수십 년을 책상 앞에서만 앉아서 지내며 만보걷기를 최고의 운동으로 여기며 살아온 내 몸의 상태는 갑작스런 운동량을 버티기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보름 간격으로 허리를 연속으로 삐끗한 것을 어깨통증, 발목 통증, 골반통증으로 고생하게 되었다. 병원 치료를 마친 이후로도 안 아팠던 삶이 어땠더라 싶을 정도로 잔잔하게 아픈 날들이 이어지며서 나는 예전처럼 '평범하게 지내는 삶'을 간절하게 바라게 되었다.

치료를 받고 재활운동을 시작하며 배운 것은 우리의 몸이 모두 연결되어 있고 현대인들은 잘못된 자세로 제한된 움직임만 하는 생활 습관 탓에 몸이 제대로 쓰이지 못한다는 것이다.그리고 근육만큼 중요한 것이 신경계라고 한다.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신경이니까! 근육과 신경을 연결지어 통증을 바라보고 운동하는 것은 요즘 재활운동의 트렌드인 것 같다.
<통증이 잡힌다>는 이런 신경계 스트레칭의 원리와 함께 통증이 나아진 사례를 소개하고 , 일상에서 우리를 가장 괴롭히는 목, 어깨, 허리,무릎, 손가락(!)등의 통증을 위한 신경 스트레칭법을 알려준다.
첫 번째로 소개하는 것이 '귀'신경계 스트레칭인 점이 무척 인상깊었는데 솔직히 이게 통증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실제로 짧은 귀 스트레칭 후 눈을 감고도 한 다리로 오래 버틸 수 있는 걸 확인하고 정말 '와우!'를 외쳤다. 이거 확인해본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을까 진심으로 궁금하다. 실제로 재활 때 코어 체크를 위해 '한 다리로 선 후 눈 감고 버티기'를 한단 말이다! 늘 눈 감는 순간 바닥으로 낙하하던 내가 귀 좀 만졌다고 갑자기 버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병원치료와 재활에 몇 백을 쏟아부은 사람만이 알 것이다. 갑자기 저자에게 무한한 신뢰가 생겼다.
책에서 소개하는 것은 정말 간단하고 짧은 시간에 끝나는 신경계스트레칭들이고 저자는 이 스트레칭을 일상생활에서 양치질하듯 습관적으로 할 수 있기를 권한다. 책의 큐알코드를 통해 저자의 유튜브에서 (일본어라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호흡과 자세를 따라해 보고 그것을 기본으로 책의 스트레칭들을 따라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꾸준히 운동하며 신경계 스트레칭 하기! 평생 갈 수 있는 루틴으로 만들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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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간 의사 - 영화관에서 찾은 의학의 색다른 발견
유수연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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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같은 학부 사람들끼리 하는 영화 학회에 속해 있었더랬다. 그때도 무척 재미있었지만, <영화관에 간 의사>를 읽으며 ' 와! 같은 학부가 아니라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과 영화 학회 활동을 했더라면 정말 재미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이렇게나 다양한 시선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새로웠다.
배운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영화관에 간 의사>의 저자인 유수연 작가는 의사인 동시에 고대 신화에도 해박하고 다양한 장르에 능한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며 발견하는 것들과 그것에 대해 풀어내는 이야기도 무척 독특했다.
내가 무심히 스쳐지나가거나 당연히 받아들였던 설정들을 의사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이야깃거리를 캐치해서 설명하며 신화와도 연관시키는 점이 흥미롭다. <헤어질 결심>의 불면증을 운디네의 저주와 연관시킨다거나 <진격의 거인>을 보며 프리온병과의 유사점을 찾는다거나! <듄>의 신화적 설정도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고 <매드맥스>의 감독이 정형외과 의사 출신인 것도 처음 알았다. 놀라우면서 설득당하면서 너무너무 부러웠다! 작가가 영화를 보면서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나도 재미있게 본 영화들이지만 이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정말 너무너무 재미있었겠다 싶어 질투가 날 지경이었다. 책의 내용을 다시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영화들이 다시 보고 싶어지는 것은 덤.
같은 영화를 보아도 이렇게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게 참 즐거웠다.비록 나는 한 마디도 안 했지만 즐거운 영화 모임을 하고난 기분. ^^
#믹스커피 #영화관에간의사 #영화관시리즈
#원앤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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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든 분식 - 제1회 문학동네초승달문학상 대상 수상작 초승달문고 52
동지아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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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우산 펴면! 음.....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으로 변한다!"
그런데 내 저주가 나한테 걸리다니!!😱

닭강정을 좋아해서 생일상에 올리고 싶은 메뉴로도 정했던 초등학교 2학년 강정인. 우산을 잃어버리고 속상한 마음에 저주를 거는데, 그 저주가 진짜가 되어버렸다!
도대체 정인이는 어쩌다가 닭강정으로 변한 것일까? 좋아하던 닭강정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으로 바뀐 이유는? 왜 정인이는 자기 저주에 걸려버린걸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튀겨진 닭강정 무더기 속 한 조각이 되어버렸지만 일단 웃고 시작하는 정인이의 이야기는 마치 얼마 전 OTT에 올라왔던 드라마 '닭강정'의 어린이 버전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황당하지만 유쾌하고 정겹다.
친구 때문에 엄마 때문에, 속상한 일 투성이였던 정인이지만 해든분식의 닭강정이 되어 엄마와 친구들의 진심을 알게 되고 자신의 솔직한 마음도 깨닫게 되는 과정이 참 좋았다.
닭강정이 된 정인이와 엄마가 비가 그치고 햇빛이 드리운 해든분식에 함께 있는 장면은 마음이 몰랑몰랑해지는 느낌.
아마 정인이는 엄마도 닭강정도 개구쟁이 친구도 다시 좋아졌겠지?
좋았다가도 싫어지고 싫었다가도 또 금방 좋아지는 뒤끝없는 우리 저학년 친구들에게 읽어주고 싶다.

#해든분식 #동지아 #문학동네초승달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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